[천자칼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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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뜻하는 "부"라는 한자는 "천"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아내를 뜻하는 "처"나 "부"는 여자가 손에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전통사회에서 부부간에 존비의 질서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설문"이라는 책에는 "처는 제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제는
"동등하다"는 뜻이니 결국 아내는 남편의 짝으로서 대등한 지위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삼강오륜의 하나인 "부부유별"에도 여러가지 뜻이 있지만 남편과
아내의 도리가 각각 따로 있고 서로 예절을 지키며 상대방을 존중하라는
것이 요점이다.
그래서 양반들은 부부간에 서로 존댓말을 썼고 아내에게 욕이나 손찌검을
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었다.
1784년 춘복이라는 사람이 아내인 강여를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 정조는 판결문에서 부부의 끈끈한 정을 실감나게 전해 준다.
"부부란 무단히 싸우고 조금만 성미에 거슬려도 다투는데, 다투는 것이
지나치면 때린다.
저녁에 주먹질 하다가도 아침이면 가까워지며 금방 욕지거리를 하다가도
곧 헤헤거린다.
성이 나면 세찬 불길 같고 기분이 좋으면 얼음이 녹는 듯하니 한 마디로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정조는 춘복이 술김에 바가지를 긁는 아내를 발길로 찬 것이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사형을 감해 정배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남편이 아내로 인해 죽게 되는 것이 아내의 마음을 반드시 위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판결문의 한 대목은 부부간의 정이 보통사람들의 관계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아내가 정부와 짜고 남편을 살해한 사건과 부부싸움을 하던 남편이
아내를 16층에서 떨어뜨려 죽인 믿기지 않는 살인 사건이 서울과 부천에서
발생했다.
"부부는 전생의 원수가 만나는 것"이라는 옛말처럼 정말 "악연"을 생각나게
하는 부부들이다.
대가족제도가 붕괴된 현대사회 구조 속에서 핵가족조차 개인주의와의
어설픈 결합으로 가족 사이가 더욱 유리되고 고립돼 가고 있다.
부모 자식 사이의 이해타산을 떠난 정의가 점점 없어져 가고 있는 것은
"세대차"로 돌려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가정의 기본단위인 부부 사이의
정까지 이처럼 무참하게 깨어진다면 그것이 몰고올 사회의 위기를 무엇으로
극복할 것인지 걱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
반대로 아내를 뜻하는 "처"나 "부"는 여자가 손에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전통사회에서 부부간에 존비의 질서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설문"이라는 책에는 "처는 제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제는
"동등하다"는 뜻이니 결국 아내는 남편의 짝으로서 대등한 지위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삼강오륜의 하나인 "부부유별"에도 여러가지 뜻이 있지만 남편과
아내의 도리가 각각 따로 있고 서로 예절을 지키며 상대방을 존중하라는
것이 요점이다.
그래서 양반들은 부부간에 서로 존댓말을 썼고 아내에게 욕이나 손찌검을
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었다.
1784년 춘복이라는 사람이 아내인 강여를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 정조는 판결문에서 부부의 끈끈한 정을 실감나게 전해 준다.
"부부란 무단히 싸우고 조금만 성미에 거슬려도 다투는데, 다투는 것이
지나치면 때린다.
저녁에 주먹질 하다가도 아침이면 가까워지며 금방 욕지거리를 하다가도
곧 헤헤거린다.
성이 나면 세찬 불길 같고 기분이 좋으면 얼음이 녹는 듯하니 한 마디로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정조는 춘복이 술김에 바가지를 긁는 아내를 발길로 찬 것이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사형을 감해 정배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남편이 아내로 인해 죽게 되는 것이 아내의 마음을 반드시 위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판결문의 한 대목은 부부간의 정이 보통사람들의 관계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아내가 정부와 짜고 남편을 살해한 사건과 부부싸움을 하던 남편이
아내를 16층에서 떨어뜨려 죽인 믿기지 않는 살인 사건이 서울과 부천에서
발생했다.
"부부는 전생의 원수가 만나는 것"이라는 옛말처럼 정말 "악연"을 생각나게
하는 부부들이다.
대가족제도가 붕괴된 현대사회 구조 속에서 핵가족조차 개인주의와의
어설픈 결합으로 가족 사이가 더욱 유리되고 고립돼 가고 있다.
부모 자식 사이의 이해타산을 떠난 정의가 점점 없어져 가고 있는 것은
"세대차"로 돌려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가정의 기본단위인 부부 사이의
정까지 이처럼 무참하게 깨어진다면 그것이 몰고올 사회의 위기를 무엇으로
극복할 것인지 걱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