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 시중은행들과 종금사 등이 중장기의 무차입비율을 지키느라
올들어 외화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중장기 의무차입비율이란 은행들이 3년이상 외화대출을 할 때 재원의
50%이상을 3년이상 외화자금으로 조달토록 한 것을 말한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올해초 3억5,000만달러의 중장기 외화
차입한도를 배정받았으나 7월말까지 신규 외화대출(한도협의 등)을 한건도
취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흥은행은 작년말 32%에 불과하던 중장기의무차입비율을 높이기 위해
FRN(변동금리채권)발행등을 통해 중장기자금을 조달해 종전에 단기자금으로
취급된 대출을 대체하는데 급급해 신규대출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제일은행도 중장기차입한도로 3억2천만달러를 받았지만 올들어 이날 현재
까지 신규 취급한 외화대출은 1천3백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이기간엔 7억달러정도를 대출승인했었다.

제일은행은 차입한도를 전액 중장기의무차입비율을 높이는데 사용하더라도
이 비율을 올해안에 최고 37%를 넘기기는 힘들 전망이다.

한일은행의 경우도 작년말 중장기의무차입비율이 44.5%여서 외화대출을
신규로 취급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작년만해도 한은에서 외화를 차입, 중장기 외화대출재원으로
활용했으나 올해초부터 한은차입이 끊기면서 중장기의무차입비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종금사들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중장기 차입의무 비율제약 때문에 외화대출
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은행이나 종금사의 외화대출여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요즘 문의도 안한다"며 "이로인해 투자를 포기하거나 미룬업체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 이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