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덜어주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무단이탈 및 불법취업 인권침해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보고 최근 산업연수생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고용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노동부에 의해 외국인 고용허가를 따로 받게 하고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인력은 노동법상 국내 근로자와 동일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업계는 이 제도가 외국인력의 임금만 상승시킬 뿐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외국 인력유입에 실제적으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에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정부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박성준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논문을 요약해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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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노동력을 수출하는 국가였다.

그러나 80년대말부터 노동력을 수입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정부의 공식적 집계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외국인력의 국내유입 규모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외국인력의 국내유입은 제조업의 심각한 인력부족 현상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노동부의 조사 결과 작년 생산관련직 부족인원은 약 18만명에 이르며
부족률은 3.7%정도에 달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거의 위험수준이다.

이것은 경기변동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 91년 법무부 훈령에
의해 산업인력 연수생제도를 마련, 외국인력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수생들이 기업체로부터 무단이탈하거나 불법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대두하면서 연수제도를
통한 외국인력 활용 정책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산업연수생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법무부에서 해주는 체류허가와는 별도로 노동관계법에
의거, 노동부가 단순외국인력의 국내 취업을 허용하는 노동허가를 구분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의 특징은 정부가 외국인력을 활용코자 하는 기업에 소위
고용세를 부과하고 이들 외국인에 대해서는 임금 및 근로조건 등에서
국내 근로자와 국내법상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도입에 대해서는 정부내에서 상당한 논란을 빚고 있다.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어차피 외국인력이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외국인에게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 인력시장에서의 무단이탈 및 불법취업을
줄이고 외국인력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은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무단이탈이
방지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력이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를 산업연수생제도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는 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력에 대한 근본적인 틀을 바꾸고자 하는 입장이다.

현행제도는 불법취업자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력관리에도
문제가 많으며 더욱이 연수생을 취업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은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반면 통상산업부와 중소기업협동조합 등은 현행 연수생 제도를 지지하고
있다.

즉 현행제도 아래서도 인력관리만 제대로 된다면 얼마든지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힌다.

오히려 고용허가제는 인력수입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고용허가제의 찬반여부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외국인력
활용이 과연 한국 경제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가 여부부터 따져 필요가
있다.

단순 외국인력의 유입은 이들 인력과 대체 가능성이 있는 국내 단순인력을
제외하고는 크게 국민경제 뿐 아니라 기업주 소비자 및 외국인력과 대체
가능성이 없거나 심지어는 보완관계가 있는 기술인력에 이득을 증가시킨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싼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고 기업은
이윤의 상승으로 재투자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승수효과를
유발, 국내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가져온다.

또 국내 기술인력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상승시키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

반면 단순 외국인력 유입은 이들 인력과 대체관계에 있는 국내 단순
인력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저하시키고 잠재되어 있는 가용인력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또 외국인력 수입에 따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소득수준의 계층간
불균형이 야기되는 부정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문제는 혜택을 보는 계층의 이득수준이 손해를 보는 계층의
손실분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크냐는 것이다.

만약 이득이 손실보다 작다면 단순 외국인력의 유입은 노동시장의
왜곡 뿐만 아니라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켜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미치게 된다.

역으로 이득이 손실보다 크다면 사회복지제도 또는 고용보험제도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이득의 일부로 단순인력의 손실분을 보상할 수 있어
외국인력 유입은 국내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외국인력 유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경제적 파급효과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사회적 문제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즉 인권 침해 등으로 외교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외국인력의
유입은 문화적 사회적 민족적 갈등을 유발시키는 등 시장에서 나타나지
않는 사회적 비용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외국인력의 유입은 정부가 사회보장제 등과 같은 제도를 잘 갖춘다면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들 인력유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감안, 어느 정도의 외국인력 유입이 적정하냐에 대해
논의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외국인력의 사회적 적정수준을 찾을 수 있느냐, 또 찾았다면 그 이상의
외국인력 유입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등의 문제는 외국인력 도입정책을
세우는 데 중요한 쟁점이다.

고용허가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것도 이 제도의 도입으로 과연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외국인력 유입을 실현할 수 있느냐는 문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의상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국내 노동법상 국내 노동자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것으로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것이다.

즉 임금의 상승은 고용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력의 수요를 사회적 적정 수준으로
맞추는 방법은 자명해진다.

고용허가제의 적용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탄력성이 큰 기업체,
또는 업종에 국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탄력성이 적은 기업의 경우 고용허가제로 인한
임금상승은 외국인력의 고용량에 영향을 주지 못한 채 기업의 인건비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고용규모 300인 미만 기업체 1,4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표본
조사에서 임금에 대한 노동력수요탄력성은 대략 0.2%에서 0.3%로 대단히
비탄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탄력적이라는 것은 노동비용이 상승하더라도 기업에서는 노동에 대한
수요가 별로 줄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는 기업의 인건비 상승으로 직결된다.

노동수요가 비탄력적이라는 것은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체의
입장에서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업체의 75.9%가
고용허가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로 "내국인 근로자와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데 따른 업체
비용부담 가중"이 60.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점진적 단계적 외국인력 도입 및 현행 외국인 연수제도로도
필요인력 활용에 별 애로가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같은 사실에 비춰 볼때 중소기업은 외국인 연수제도가 시행된지 2년
남짓한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급격한 제도변화를 바라지 않고 있고 또
저임금으로 기술력이 낮은 연수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고용허가제를 반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정부가 굳이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면 업종.규모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도입할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노동수요탄력성이 큰
부문부터 시도하되 그 외의 업종.규모에 대해서는 기존 산업연수제도를
존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불법취업 등 사회적 적정규모와 사적 규모와의 차이는 고용허가제라는
경제적 조치에 의해서 보다는 법률적.행정적 제재수단을 동원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