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은 지난 7월3일 실시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를 앞두고 1차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레베드를 영입,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서기와 대통령특별
보좌관에 임명했다.

대신 레베드영입에 반대하던 코르자코프 대통령경호국장, 바르스코프
연방보안국 장관, 쇼스코비치 제1부수상, 그라초프 국방장관 등 측근 4명을
해임했다.

옐친이 이같은 용단을 내린 이유는 간단했다.

마피아와 연계돼 있는 이들 대체첸강경주의자 4명을 축출함으로써 체첸
사태와 마피아라는 러시아의 2대 골칫거리를 한꺼번에 해결, 결선투표에서
확실하게 승리하자는 것이었다.

이렇듯 옐친의 측근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는 러시아 마피아는 옐친
자신도 마피아에 걸려들 뻔 한 적이 있다고 회고한 사실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사회에 만연돼 있으면서 사회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연방내에 기생하는 마피아조직은 5,691개, 구소련 전체로는
약 1만개정도로 추산된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구소련의 마피아수만
4,000명이나 된다.

마피아중의 마피아로 불리는 볼 프 자코네의 경우 간부수만 20만명이고
전 조직원수가 3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매춘 무기및 마약 밀매, 청부살인과 같은 지하경제외에 석유 자동차
판매 돈세탁 은행경영 등 모든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또 해외무역도 활발해 러시아에 풍부하게 매장된 석유 알루미늄 등을
수출하거나 식량이나 자동차를 수입해 팔기도 한다.

이 경제규모는 탈세와 해외송금 밀매등이 대부분이어서 측정하기 힘들지만
작년 한햇동안 마피아의 불법소득은 200억달러를 웃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피아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는 셈이다.

또 많게는 5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으로 유출된 마피아
자금들이 스위스의 은행과 유럽 미국 등의 주식시장을 휘젓고 다닌다.

이들은 작년 한해에만 주문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만도 약 6,500건을
저지를 정도로 살인을 다반사로 하고 있다.

옐친도 마피아소탕을 목표로 지난 94년을 "마피아와의 투쟁의 해"로
선포했으나 별 실적을 거두지 못한채 손을 들고 말았었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