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투자신탁업계에 때아닌 공인회계사(CPA)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대형 공인회계사무소들이 지금까지 투자신탁회사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져온
투자자문서비스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신탁회사와 회계사무소간 밥그릇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공인회계사의 투자신탁시장 진출은 소형 투자자문업체뿐만 아니라
메릴린치나 피델리티같은 대형투신사에도 위협적인 일.

공인회계사들은 쉽게 부유층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그들의 자문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아서 앤더슨등 이른바 "빅6"라 불리는 대형회계사무소들은 최근
금융컨설팅업체들과 연합전선을 구축, 첨단자문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예를들어 빅6중 하나인 프라이스 워터 하우스는 "칼란"이란 금융컨설팅
회사와 제휴, 고객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목표수익률에 적합한
자금운용처의 물색, 또 운용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서비스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메릴린치등 대형투신사들도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라는 유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회계사무소들의 서비스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다는게 일반적
평가.

또 투신사들의 자문서비스는 궁극적으로 고객들의 돈을 자사펀드로 끌어
들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데 비해 회계사무소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금
운용처를 소개할 수 있다는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회계사무소와 컨설팅회사들간 전략적 제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하나의 컨설팅회사가 여러 회계회사들과 공조를 취하고 있어 상호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일반적으로 회계사들은 투자판단을 내릴때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신중한 나머지 결국 고객의 기회비용 손실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회계사무소들 또한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에는 투자자문시장이 너무 좁고
성장속도도 느리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영역을 다양화하면 그만큼 고객들의 저변도 확대된다는데서
공인회계사들은 투자자문업 진출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아서 앤더슨의 리처드 헬펀드 회장은 "투자자문서비스를통해 1~2년내
이익을 거둘 생각은 없다"면서 그러나 보다 다양하고 색다를 자문서비스로
고객들의 회계사무소에 대한 이미지가 높아지게 되면 투자자문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장담했다.

회계회사들이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는 것은 그간 축적해 놓은
명성과 신뢰.

미국에서 회계사들의 재테크에 대한 조언은 보험회사나 증권브로커,
심지어 은행가들보다 정확하고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김혜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