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되면 유럽 각국 정부들은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통제하는
묘안을 마련하느라 고심에 빠져든다.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드는 우리에게는 "행복한 고민" 정도로 비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상주인구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들이 일시에 몰려들어 교통혼잡과
매연을 유발하고 귀중한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유럽정부의
이런 고민이 단순한 기우는 아닌 셈이다.

지난 한해 유럽을 찾은 관광객수는 3억3,700만명.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경우 상주 인구의 10배가 넘는 1,500만명의
외부인이 드나들었다.

여름철 한창때는 로마 대경기장,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궁전 등 이른바 유명 관광지는 인파로 발디딜 틈이없고 파리
에펠탑은 밤 12시가 지나도 관광객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이 파손되고 플로렌스가 매연의 도시로 변해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물론 이덕분에 유럽은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13%에 이르는 1조1,000억달러를
벌어들였지만 돈만이 전부는 아니라는게 유럽정부의 시각이다.

유럽정부가 관광수입을 다소 줄이더라도 그 폐해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묘안을 짜내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내용도 해마다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탈리아 플로렌스가 도심내로 들어오는 관광버스를 올해부터 225대 이내로
제한키로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플로렌스시는 지난해 1차로 500대로 제한했으나 도심의 교통혼잡과 매연이
극심해 금년부터 그 규제를 보다 강화한 것이다.

시정부는 그 방안으로 플로렌스내 호텔을 묵고가는 관광버스에 진입
우선권을 주고 그 대가로 대당 30~60달러 상당의 입장료도 물리고 있다.

한마디로 관광객의 제한으로 발생하는 수입감소는 최소화 하면서도 혼잡은
막겠다는 전략이다.

프라하시 당국은 찰스브리지로 몰려드는 인파를 제한하는 시스템을 도입
했으며 관광객 분산책으로 인근 유적지를 새로 단장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도 "황태자의 첫사랑"이란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구도로와 성곽에 몰려드는 관광객을 분산하기 위해 여타 유적지에 대한
입장료를 금년부터 대폭 인하했다.

또 기차역에 대규모 편의시설 등을 건립, 기차 이용객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노트르담성당 인근에는 차량진입 방지장치를 설치하고 주차시설을
대폭 줄였으며 베니스도 본토로 부터 진입하는 차량을 강둑에서부터
제한하고 있다.

이밖에 로마시는 대경기장과 트레비 분수대에 관광객을 하차시키는
대형버스는 경찰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유럽 관광전문가들은 지난해 유럽 주요 미술관들이 고야 베르미어 등
유명화가들의 특별전시회에 관람시간별 입장권을 발매한 사실을 지적,
앞으로 알함브라궁전 에펠탑 아크로폴리스언덕 등지에서도 관람시간 제한
입장권을 발매하는 시대가 올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관광수입은 오는 2000년에는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성장산업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는 지금 이에 대한 외존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의 돈벌이에 급급하지 않고 문화재 보전이란 장기적인 안목에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유럽인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것이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