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가 오랜만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5월말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폐합성수지부담금 인상안에 대해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16개사 사장들이 함께 환경부장관에게 항의했을
정도다.

한 목소리를 낸 만큼 성과도 있었다.

재경원이 인상불허 방침을 밝혔고 통상산업부는 한술 더떠 요율을 대폭
낮추고 예치금으로 전환시켜 주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환경부도 당초 입장을 바꿔 입법예고 내용을 일부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화업계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부담금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것.

석유화학공업협회 이정환회장(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을 만나봤다.

-이제까지 매출액의 0.7%씩 내오던 폐합성수지부담금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건 무리가 아닌지요.

<> 이회장 =원칙대로 하자는 겁니다.

최종제품이 아니라 원료나 소재에 환경부담금을 매기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왕에 부담금 문제가 돌출된 만큼 이 기회에 바로 잡자는 겁니다.

-애당초 왜 합성수지에 부담금을 매기게 됐습니까.

<> 이회장 =웃지 못할 사연이 있어요.

고박정희대통령 시절 얘깁니다.

박대통령이 지난 79년 농촌시찰을 나갔다가 논밭에 널린 폐비닐하우스와
농약통을 보고 "저거 치우는 방법이 없나"고 한마디 했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폐기물처리사업법이 만들어져 81년부터 부담금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급히 재원을 마련하려다 보니 최종제품 생산자 대신 원료메이커에 부담금을
내도록 한 거예요.

-그럼 그동안 왜 조용히 있었나요.

<> 이회장 =큰 부담이 되지 않아서였죠. 지난 86년 7월 석유화학공업육성법
이 폐지되기 전까지만 해도 합성수지 내수판매가는 정부고시가였어요.

정부가 알아서 부담금을 보전해 줬지요.

이후에는 다소 부담이 되긴 했지만 선의의 지원형태로 부담금을 내온
겁니다.

그런데 환경부가 지난 5월말 덜컥 내년부터 부담금 요율을 3%로 올리겠다고
해서 메이커들이 들고 일어선 거예요.

-환경부도 나름대로 인상 논리가 있었을 텐데요.

<> 이회장 =환경부 논리는 단순해요.

부담금을 더 많이 거두면 재활용사업도 제대로 벌일 수 있고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자원재생공사가 이제까지 돈이 없어 재활용사업을 못했나요.

지난 92~94년 합성수지 업계가 낸 부담금만 4백억원이에요.

재활용률은 1%도 안돼요.

재경원이 현행유지 방침을 굳히고 통산부가 0.1%로 내려 예치금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것은 합성수지 업계의 주장이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재경원 등이 도와주기로 한 것 만으로도 유화업계는 성과를 거둔 것
아닙니까.

<> 이회장 =중요한 건 부담금이든 예치금이든 원료에 매겨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환경부가 번거롭더라도 합성수지제품을 사용한 최종 메이커를 찾아다니며
부담금을 거둬야 해요.

-일부에선 대기업들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합니다만.

<> 이회장 =유화업계의 현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화업체들이 대부분 대기업이어서 큰 돈을 버는 것으로 일반인들은 알고
있지만 사실 유화업계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3~5%밖에 안돼요.

그것도 호황일 때 얘깁니다.

이런 현실에서 매출액의 3%를 부담금으로 뗀다는 건 사업하지 말라는
얘기지요.

-오염유발 업체가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 이회장 =합성수지 메이커들이 부담금 인상반대에 큰 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그런 편견 때문입니다.

사실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에요.

썩지 않기 때문에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수질이나 토양을 오염시키지는
않습니다.

-유화산업에 대한 그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복안은 있습니까.

<> 이회장 =석유화학협회는 앞으로 환경관련 홍보를 주요 사업으로 벌여
나갈 계획입니다.

합성수지 재활용공장을 공동 설립하거나 환경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
하고 있습니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