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업체들을 꺾으려면 미국식 경영체제로"

게하트 슐메이어 독일 지멘스닉스도르프사 회장은 2년전 취임하기
무섭게 자신의 경영전략을 이렇게 선언했다.

그의 새로운 노선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슐메이어회장은 94년 2억4,400만달러에 달했던 적자를 95년 4,300만달러의
흑자로 바꿔놓았다.

지멘스가 닉스도르프와 합병한이후 실로 6년만의 감격적인 흑자였다.

이는 유럽PC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와 대조되는 경영성과여서 더욱 값진
것이었다.

최근 몇년새 유럽 PC업체들은 컴팩, IBM, 애플, 휴렛패커드 등 미국컴퓨터
업체들에 밀려 고사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

프랑스의 불그룹은 아예 PC사업을 포기했고 영국의 ICL은 PC사업부문을
일본합작사에 넘겨주고 말았다.

독일의 에스컴은 누적적자로 파산신청을 접수해 놓은 상태다.

이탈리아의 올리베티도 지난해 1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 PC사업부문을
매각할 방침이다.

이같은 유럽PC업계의 고전과는 달리 지멘스 닉스도르프가 발군의 경영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식 감량경영덕이었다.

감량경영은 그가 모토로라 등 미국기업에서 20년이상 근무하면서 직접
체험한 경영노하우.

그는 먼저 비대한 경영진 살빼기에 돌입했다.

7단계에 달하던 경영층의 의사결정단계를 4단계로 줄이고 이사진도
대폭 교체했다.

독일어를 전혀 못하는 3명의 미국인 이사와 디지털 이퀴프먼트 휴렛패커드
등 미국업체에서 근무하던 6명의 독일인 이사를 영입했다.

경영진 군살제거작업에 이어 회사 전체의 몸집도 줄였다.

취임후 전종업원중 10%인 3,000명을 과감히 해고해 버렸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6,000명을 더 감원할 계획이다.

근로자들의 연장근무수당 지급도 인정사정없이 줄였다.

물론 노조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슐메이어회장은 "미국식 경영이야말로 회사의 경쟁력을 살릴수
있는 최적의 경영모델"이라며 감량경영이 기업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마침내 노조도 애사심으로 가득찬 그의 경영전략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이젠 품질관리는 물론 근로자 스스로가 시간외근무를 자청할 정도다.

슐메이어회장이 아직 해결해야 할 짐은 해외시장의 확대문제.

회사의 전체 PC판매량중 67%가 독일내에서 소화되고 있어 해외판매비중이
낮다.

독일 PC시장여건도 별로 좋지 않아 해외시장확대가 급선무다.

독일은 인건비가 영국이나 미국의 두배 가까이 되고 PC시장 성장률도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유럽내기업을 매수, 필요한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해외시장확대의 교두보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슐메이어회장의 미국식 경영전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일본의 세계적인 PC업체들이 유럽시장 진출전략을 새로이 하고 있는 등
외부의 경영환경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슐메이어회장은 "카드게임에는 언제나 와일드 카드가 있게 마련"
이라며 앞으로의 경영에 오히려 확고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김홍열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