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소주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가 최근 재활용률이 낮다는 이유로 김삿갓 청산리벽계수 황진이등
고급 천연벌꿀소주에 사용되는 짙은 녹색병의 개선방안마련을 관련업계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경부의 협조요청에 보해양조 두산경월등 관련업체는 "미국
일본등 선진국의 예를 봐도 재활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기존의
짙은 녹색병을 교체할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병교체에 따른 투자손실은 물론 고급스런 제품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등 기업의 사활이 달린 문제인 만큼 절대로 양보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복주의 경우도 최근 수도권시장을 겨냥, 짙은 녹색병의 독도소주골드를
개발했으나 환경부의 협조요청에 따라 시판이 무산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업계는 짙은 녹색병 사용이 자외선차단을 통해 첨가물인 벌꿀의
변질을 막기 위한 것이었던 점을 감안할때 환경부가 짙은 녹색병사용을
제한할 경우 벌꿀소주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3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천연벌꿀을 첨가한 김삿갓을 시판해 고급소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보해양조는 인기절정의 순간에 행정지도라는 암초에
부딪치게 됐다.

보해측은 환경부가 개선방안마련을 요청해 온데 대해 "일본의 경우 유리병
색상이 16가지로 다양할뿐 아니라 깨진유리의 경우 무색 갈색 청색 녹색
그리고 흑색으로 분류해 재활용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정부가
재활용을 이유로 병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고 반발했다.

환경부가 이번에 짙은 녹색병사용을 문제삼은 것은 환경단체들이 최근 이
문제를 공식 제기했기 때문이다.

경실련의 환경개발센터는 최근 성명을 통해 "유리병을 기존의 세가지
색깔로 생산해도 재활용률이 50% 수준에 불과한데 짙은 녹색유리병까지
대량 유통되면 재활용산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서명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