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평 신원 나산 등 신흥중견그룹이 ''약진''을 거듭하며 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잇단 기업인수로 덩치를 급속히 키우고 있는가 하면 최고경영자를 공채로
뽑아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특히 올해엔 외형을 작년보다 30~50%정도 키워 매출 1조원고지에
올라선다는 목표아래 사업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대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들 신흥중견그룹에
쏠리는 재계의 관심은 더욱 크다.

신흥증견그룹들의 고속성장의 원천과 향후 과제를 2회에 걸쳐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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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평그룹은 지난 91년의 대동화학을 시발로 지금까지 대한중석 라이프유통
한국양곡유통 시크네틱스 포스코켐.정우석탄화학 강남상호신용금도등 12개
회사를 인수했다.

신원도 지난해 광명전기를 사들인데 이어 올해엔 제일물산을 매입했다.

그런가 하면 나산그룹은 부동산경기의 침체속에서도 서울시내 곳곳에
20-30층규모의 오피스텔등 주상복합건물을 잇달아 성공적으로 분양해
눈길을 끌고있다.

신흥중견그룹들의 이같은 "괴력", 즉 자금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해답은 아무래도 "오너"들의 남다른 재테크 능력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거평의 나승렬회장은 독학으로 회계경리를 배웠지만 롯데삼강에서
경리부장을 지냈을 정도로 자금에 관한한 "박사"다.

안병균나산회장과 박성철 신원회장도 자금동원이나 활용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만큼 자금흐름에 밝다는 평을 받고있다.

이들의 재테크능력은 해당그룹의 사업확장 과정에서 쉽게 입증된다.

먼저 거평그룹을 보자.

지난 91년 거평그룹이 대동화학(현 거평)을 인수할 때 만에도 재계는
이 회사를 별로 주목하지않았다.

대동화학이 12년간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기업인데다 인수금액도
3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평은 여기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거평은 대동을 인수하자마자 80%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때까지는 돈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다음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7백55억원의 평가차익을 냄으로서 대동은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거평은 그 후 이 회사의 부지를 일부 매각한 돈과 미매각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금액을 합쳐 도약의 발판이 된 동매문 의류도매센터부지를
5백95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거평은 94년에 인수한 대한중석도 최대한 활용했다.

대한중석의 자산을 2천8백억원대로 재평가해 그룹의 자금조달시
지급보증 총대를 매게한 것.

1천1백51억원이 소요된 포스코켐 인수 때는 대한중석이 갖고 있는
포철주식 88만주를 담보로 3백억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고 대한중석의
증자로 6백여억원을 끌어댈수 있었다고 한다.

의류수출업체에 불과했던 신원이 성장의 날개를 단 결정적인 계기는
수출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지난 88년 모기업 (주)신원의 공개로
상당한 자금을 확보한 것이었다.

신원은 이때 확보한 돈으로 의류내수시장 진출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시 논노 나산등이 주도하고 있던 숙녀복 시장에 과감한 TV광고를
통한 브랜드이미지 강화 전략을 구사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경쟁업체들조차 무리한 내수진출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지만 사업
첫해부터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또 92년엔 경기도 용인의 골프장을 성공적으로 분양해 돈을 꽤 챙겼다고
한다.

내수시장에서 벌어들인 돈과 골프장 회원권 분양으로 마련한 돈으로
신원은 93년 서울 서초동에 4천1백여평의 부지를 매입, 지상 24층규모의
매머드급 국제전자센터를 잇따라 세웠다.

이 상가의 분양으로 신원은 또 한번 막대한 자금을 거머쥐 지난해
광명전기 인수대금 1백20억원, 올해 제일물산을 사들이는데 5백여억원을
선뜻 내놓을 수 있었다.

서초동 전자센터분양으로 내년까지 1천억원의 현금이 더 회수될
전망이다.

신원은 또 5백억원의 국내전환사채, 1천8백달러의 해외전환사채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나산은 부동산개발이 장기다.

안병균회장이 70년대 "초원의 집" "무랑루즈"등 극장식당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일찍이 땅을 많이 사둔것이 오늘의 나산그룹을 있게 해줬다는
평이다.

안회장은 81년 서울 테헤란로에 1천6백여평의 땅을 당시 평당 1백만원정도
가격으로 매입해 뒀다.

88년도 테헤란 개발붐이 일자 이땅에 오피스빌딩인 상제리제센터를 지어
평당 3백50억에 열흘만에 분양을 완료, 제 2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89년에는 나산실업을 상장시켜 자금을 더욱 넉넉히 할 수있었다고 한다.

그후 93년 서울탑건설(현 나산종합건설)을 인수해 부동산개발에
본격 나섰다.

서울시에서 매각한 체비지(수서 목동)를 매입,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빌딩
등 이른바 패션건축으로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주택경기가 곤두박질 치던 당시 나산의 분양율 모두 95%를 넘었다.

예컨대 지난 1월 목동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분양한지 2주만에
1천억물량 전부 계약되는 성과를 올렸다.

거평 나산 신원등 신흥증견그룹들은 기업인수 부동산개발등으로
성장해온 길은 서로 다르지만 오너의 뛰어난 재테크 능력을 바탕으로
급부상했다는 지적이다.

< 장진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