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비버리힐즈" 계획은 무산되는가.

"비버리힐즈" 계획은 한국토지공사가 분당 신도시 최남단 구미동 일대
3만여평위에 평균 100평 규모이상의 최고급주택 137가구를 지어 새로운
주거문화를 탄생케 한다는 것.

땅을 밀어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기존의 구획정리개발방식에서 탈피,
주변 자연환경과 지형여건을 원형대로 살려 평균 2층이하의 단아한
"자연동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나즈막한 언덕과 산세를 살린 미국의 부촌 비버리힐즈를 따
"분당비버리힐즈"로 불리고 있다.

이같은 계획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지난 93년 건설업체에 부지가 매각됐으나 3년동안 거의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이곳에 대한 인기를 감안해 앞다퉈 부지를 매입했던 건영
건영종합건설 (주)글로리 건영건설 등과 선경건설 우성건설 등이 현재
공사착공에 손도 못대고 있는 것.

비버리힐즈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4개 건영계열사의 계약
포기하면서 부터다.

단독택지 1만4,700여평중 57.6%인 8,461평을 매입, 60가구의 단독주택을
지을 계획이었던 4개건영계열사는 지난 3월 자금사정 등을 이유로 계약을
포기, 한국토지공사에 부지를 반납했다.

또 4,600여평을 매입한 우성건설도 18가구의 단독주택을 지을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 4월 법정관리신청과 한일그룹 인수 등으로 사정이 어렵게
되자 사업추진을 전면 보류한 상태이다.

여기에다 2,066평을 매입, 16가구의 단독주택을 지으려던 선경건설도
분양 및 공사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결국 단독주택단지조성은 일부 미분양부지를 포함하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이다.

또 연립주택지도 건영건설과 (주)글로리가 2,380평을 반납하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한신공영 등 일부 건설업체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단독주택단지가
함께 들어서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한편, 토공은 이 계획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반납부지와 일부
미분양부비의 매각방안을 재검토하고 있다.

토공은 타운하우스의 주거여건이 좋아 토지매수자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공은 이 분당 "비버리힐즈" 단지가 신주거문화정착이라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자회사인 한국토지신탁에
개발을 의뢰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 고기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