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주식시장이 발행시장으로서의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등록기업 대주주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고 액면가 증자만 계속하기
때문이다.

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장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수 있는
싯가발행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유통시장이 활성화 안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도 전무한 형편이다.

다만 일부 벤처기업들은 상장이 되기 전이라도 대주주가 지분을 낮추는
대신 발행시장에서 끌어들인 자금으로 사세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도 3자배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발행시장은 위축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발행시장 현황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유상증자를 실시한 기업은 43사, 이들이 조달한
직접 자금은 957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57사, 1,52억원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증자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 없는 장외 등록기업의 직접자금 조달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기본적으로 장외시장에 대한 기업주의 인식 부족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유상증자를 실시한 43개사 가운데 액면가로 유상증자를
실시한 기업이 30개나 됐다.

반면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 할증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한 기업은 13개사
밖에 안됐다.

<> 왜 액면가 발행인가

=등록기업 대주주 가운데선 상장 때까지 현재 지분율을 유지,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업력이 오래고 상장을 겨냥하는 기업들은 액면가 증자를 많이 한다.

증자를 안해도 그만이나 상장직전에는 물타기가 금지돼 있고, 상장요건에
충족하는 수준까지 자본금을 늘리려다 보니 대주주에 부담을 안주는 액면가
증자가 선호되고 있다.

<> 할증 발행

=장외등록 기업들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액면가 이상으로 얼마든지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

할증 발행을 하면 똑같은 자본금 증가에도 불구, 많은 자금을 싼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

또 액면가와의 차액에서 발생하는 주식 발행 초과금 때문에 부채비율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도 있다.

상장 때까지 지분확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끌여들여 회사를 키우려는 적극성을 지닌 벤처기업들이 할증 발행을
선호하고 있다.

올들어 신주를 할증 발행한 기업은 13개사.

이중 7개사가 벤처기업이다.

제3자 배정방식도 애용되고 있다.

인수희망자와 협상을 통해 발행가격을 최대한 높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회사정관에 3자 배정이 명시돼 있으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3자배정이
가능하다.

명시가 안된 경우라도 대주주들이 실권을 한뒤 이를 제3자에게 인수하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장외 등록기업들이 거래소 시장처럼 실권주를 공모하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공모 대행사를 정해야하는 번거로운 절차와 비용 때문에
지금껏 실권주 공모를 한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 싯가발행

=현 시세에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장외시장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제도이다.

주주이외의 투자자로부터 싯가로 모집한다는 점에서 신주공모제와 비슷하나
주주우선 배정이 아니란 점에서 거래소시장의 신주 발행과 차이가 있다.

대주주에게 자금부담을 주지 않고 중소기업들이 직접자금을 끌어다 쓸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지난 3월29일 제정됐다.

그러나 이방식을 쓰려면 최근 1년간의 주식 거래량이 발행주식의 3.6%이상
이어야 하고, 0.1%이상 거래된 달이 6개월 이상이어야 하나 유통시장 부진
으로 싯가발행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 허정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