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여천지역에 대한 환경오염조사 결과 한국과학기술원(KIST)
조사와 달리 대기 및 수질 오염 상태가 일반적인 수준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여천공단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지난달 14일부터 26일까지 국립환경연구원이 여천지역에
대해 실시한 현지조사결과 여천공단에 인접한 주거지역의 휘발성유기
화합물질 농도는 과학기술원(KIST)용역조사 결과에 비해 크게 낮아 서울
등 대도시 지역 주거지역과 비교할 때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환경부는 공단의 폐수종말처리장 방류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
(BOD)도 기준치 이내였으며 중금속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과학기술원의 조사때 수은이 검출됐던 인근 해역에서도 15곳에
대한 조사 결과 수은은 물론 카드뮴, 구리, 납 등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았고 바닷물 수질은 대체로 1~2등급이라는 것이다.

다만 9곳의 간이상수도에 대한 수질조사에서 7개 지점 시료에서 대장균,
8개 지점에서 일반세균이 검출되는 등 음용수 수질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으며 1개 지점에서는 염소이온 및 증발잔류물이 기준을 넘겼다.

그러나 환경부는 간이상수도 오염은 생활하수 또는 축산폐수 유입에
따른 것으로 추정돼 공단 입주 업체와는 상관이 없다고 못박았다.

최덕일 여천공단 합동조사단장(국립환경연구원 대기연구부장)은
"월하, 평여, 중흥동 등 일부 지역은 공장에 인접해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공장에서 많은 종류의 유기화합물질이 배출되고 있으나 주민 및 생태계에
위해하다는 증거는 없었다"면서 "대기 중 오염물질 농도는 지난해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측정된 농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그러나 보고서에서 검출이 확인된 일부 유해대기오염물질은
바람이 없거나 기온, 안개 등 기상조건에 따라 대기오염을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고 주민들 가운데 건강에 대한 이상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아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환경부의 조사 결과는 심각한 대기 및 수질, 토양오염으로
10여개동 4천여가구를 이주시켜야 한다고 밝힌 과학기술원의 조사와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데다 사실상 이주의 필요성을 부인한 것이어서
여천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환경조사단 관계자는 "과학기술원의 조사 때 기상조건과
시료채취방법 등이 이번 조사와 상당히 달라 조사 결과에 큰 차이가
났으며 과학기술원의 조사결과도 당시 조건을 감안하면 전혀 신뢰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