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내 "불운의 황태자" 정대철 부총재가 4개월여간의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후 지역구활동에 전념하면서 "칩거생활"을 해왔던
정부총재는 자신의 계보모임인 "통일시대준비위원회" 주관으로 21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한다.

특히 이번 방문길에는 이해찬.조홍규의원 등 현역의원 2명을 포함,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60명이 동행한다.

이만하면 당내에서 동교동계에 버금가는 큰조직이다.

정부총재측은 이번 방문이 지난 94년 백두산.연변방문에 이은 국토순례
행사로 독도문제세미나를 열기 위한 순수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계보원행사"임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동교동계를 비롯한 당안팎의 시선도 예사롭지는 않다.

이번 행사를 정부총재의 "계보관리재개 선언"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곧 차기당권문제와 연결되며 김대중총재의 네번째 대권도전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독도방문에 상당수 현역의원이 동행하겠다고 신청했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빠진 것도 이러한 당내 역학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총재는 DJ의 대선출마문제에 대해 김상현 지도위의장과는 또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대선후보경선에 관해서는 김의장과 같은 입장이지만 DJ외에 대안이
없다는 "대안부재론"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또 다르다.

DJ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만 지금같은 여건에서라면 "지는 DJ"가 될
것이며 그것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총재는 이를 위해 당내 민주화 선결을 요구하고 있다.

동교동계 측근들이 "딱딱하게" DJ를 둘러싸고 있어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DJ도 대선자금과 야권분열 등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야 20-30대에 어필할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총재는 국민회의-자민련간 공조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자민련과의 공조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민주당과 재야와의 연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총재는 스스로도 공언하는대로 "차차기대권주자"다.

이를 위해서는 차기 당권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

대권도전의사를 굳히고 부총재단에 총재권한을 이양하겠다는 DJ, 대권
후보경선론을 펴며 최소한 차기당권을 노리는 김의장 등과의 틈바구니에서
정부총재가 어떤 독자적 행보를 취할지 주목된다.

<문희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