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체의 올상반기 실적은 국내경기 침체와 엔화약세로 국제경쟁력이
크게 악화됐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4개 상장 조선업체의 올상반기 매출은 모두 4조6,1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3조3,614억원)보다 37.3% 증가했다.

그러나 경상이익은 올상반기 565억원에 그쳐 지난해 반기(2,796억원)의
5분의1에 불과하다.

가격경쟁력 악화로 출혈경쟁에 나섬에 따라 외형은 다소 늘었지만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 것이다.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악화는 조선부문이 전체 사업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선박건조를 전업으로 하고 있어 올상반기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1,540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던 이회사는 올해 66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매출액가운데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도 98.8%로 가장높아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됐다.

상용차 등 다른 사업부문을 갖고 있는 여타업체와는 달리 조선경기침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셈이다.

다만 현금자산이 늘어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유동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는 다소 호전됐다.

대우중공업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조선분야의 비중이 지난해 40%대에서
올해 30%대로 낮아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설비증설을 하지 않고 생산성향상에 주력했다.

때문에 경상이익 감소율이 상장 조선업체가운데 가장 낮아 경기침체
타격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러나 대우중공업은 외화차입금이 많아 환율급등에 따른 피해가 컸다.

올상반기 외화환산손실만 634억원으로 경상이익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반기 7,650억원이었던 외화장기차입금은 환율급등으로 올해
1조2,118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분야의 매출비중은 적은 편이나 수익기여도가 70%정도
되고 있어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성악화가 불가피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어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차입금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금융비용부담률이 지난해 반기보다
2배가까이 늘었으며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조선경기가 당분간 침체될 것으로 보여 삼성중공업은 다른 업체보다
타격이 클 전망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선박건조보다는 수리부문을 특화하고 있어 조선경기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았다.

비상장 그룹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이 선박건조를 맡고 있어 조선경기침체의
악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도 매출원가가 매출액에 차지하는 비율이 95.6%에 달하고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등 수익성악화 정도가 심해졌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