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의 상반기 경영실적을 보노라면 하나의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질문이다.

국제화 시대의 분명한 경쟁력 지표는 기술력과 국제화 감각, 즉 유연한
시장 대응력일 것이다.

이 두가지 지표에서 상장기업들이 어떤 점수를 받고 있나하는 대목은
분명 하나의 평가 잣대가 될 것이다.

우선 상장기업들의 연구개발비가 매출 총액의 1.3%라는 분석은 절망스런
것이다.

물론 지난해의 1.2%에서 0.1%포인트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같은 연구개발비
비중은 정말 한심한 수치일수밖에 없다.

접대비에 대한 비교는 물론이거니와 웬만한 기업들은 종업원 식대로
더많은 돈을 쓰고 있을 것이다.

연구개발 없이 기술력 향상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재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대목이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입만 열면 임금과 금리 물류비용의 과다를 탓해
왔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러나 연구개발에 1% 남짓의 돈만을 쓰는 처지에 "시장의 조건"만을
탓하는 것은 원자재 들여다 임금이나 따먹던 개발 경제시절의 낡은 버릇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너 경영이 심할수록 연구개발비를 적게 쓴다는 경영학의 연구 결과들을
기업들은 뼈아프게 되새겨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의 외환손실이 천억대를 넘어선다는 사실도 눈을 씻고 볼일이다.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라는 말은 이미 유행어가 된지도 오래됐다.

"환 위험회피"라는 단어가 이미 고등학교책에도 등장하는 말이 되어 있는
터에 상장기업들의 외환손실이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니 놀랄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기업들의 사전에는 환위험이라는 단어가 아예 빠져있는 것인가.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