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영(회장 엄상호)의 기습적인 법정관리신청으로 제3자인수작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도 건영의 법정관리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건영의 재산보전처분및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건영은 채권채무가 전면 동결된뒤 법원의 관리를 받는 가운데
서울은행등 채권단의 주도로 제3자인수작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또 채권채무가 동결되면 어음지급도 중단돼 건영은 자동부도처리될게
확실하다.

따라서 건영은 유원건설및 우성건설과 마찬가지로 "법정관리후 제3자인수"
라는 수순을 거쳐 정리되게 됐다.

그러나 건영의 채권채무가 전면 동결됨에 따라 공사중단은 물론 하청
업체들의 연쇄도산등 휴유증이 따를 전망이다.

금융계의 궁금증은 건영이 왜 갑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했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에대해선 서울은행의 "건영압박작전"이 실효를 거두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제3자인수가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서울은행이 자금중단을 통한 "부도처리
위협"을 강화하자 "일단 급한대로 채무를 동결한 뒤에 제3자인수를 추진
하자"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건영은 두번째 1차부도를 낸 지난 19일부터 제3자인수를 적극 추진,
동성종건(회장 허진석)에 팔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그러나 동성종건의 신용상태가 마뜩치 않았던 서울은행은 동성종건이
건영을 인수키로 했더라고 자금지원을 재개할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건영은 법정관리란 마지막 수단을 택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건영관계자는 "지난주말부터 법정관리를 준비해 오다가 20일 모든 것이
힘들어졌다고 판단한 엄회장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영이 순수하게 "백기"를 들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제3자인수과정에서 기득권에 집착했던 엄회장이 아무런 "보장"없이 경영권
을 내놓을수밖에 없는 법정관리를 선택했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
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건영과 서울은행간에 "모종의 밀약"이 있을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어쨌든 건영의 법정관리신청으로 이제 건영인수작업의 주도권은 서울은행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서울은행은 이에따라 조만간 채권단협의회를 구성, <>재산보전처분명령후의
자금지원방안 <>당좌거래정지재개방안 <>자산부채실사방안 <>제3자인수방안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렇게되면 건영에 대해 재산보전처분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채권단의 동의로
당좌거래가 부분적으로 재개되며 물대등 진성어음에 대한 자금결제도 이뤄져
건영이 진행하는 공사도 부분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단 인수기업을 결정한뒤 2~3개월간의 자산부채실사를 거쳐 최종
매각조건을 합의하는 수순을 거치게 된다.

서울은행이 이 과정에서 이해가 상충되는 채권단의 합의를 효율적으로
도출해낼수 있을지가 제3자인수작업을 앞당길수 있는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