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주말 끊임없는 차랴행렬로 이어지는
경춘국도변 초보운전 인듯싶은 승용차 한대가 거북이 운전을 하고갔다.

뒤따르던 차들또한 자연히 속도를 늦출수 밖에 없는데 젊은 내외가
탄 짚차 한대가 급한마음을 누르지못하고 경적을 울리더니 결국 난폭하게
추월하며 뭐라 야유까지 한다.

모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 가는 길 이왕이면 느긋한 마음으로
산천구경도 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미덕도 보여주었으면 서로
흐뭇하였을 것을 매사에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성은 나와서도
공연히 바쁘고 몰지각하다.

나를 버리고 세상을 바라보면 노여울것 하나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던
혜암스님은 거칠어져 가는 인간에게 자연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다고
늘 우리를 나무라셨거늘.

오늘날 우리안간은 이름없이 피고지는 들판의 풀잎하나도 눈여겨볼
마음의 여유를 지니지 못하고 산다.

불가에서는 욕망과 분노 어리석음으로 기울기 쉬운 인간의 심성을
다스리는 마음공부로는 오직 "자비"밖에 없다고 했다.

조금만 애정과 여유를 가지면 따뜻하고 넉넉한 세상이 될 수 있을것을
다들 어디로 향해 가기에 쉬러 나온 길에서 조차 그리 바쁘기만 한것일까.

옛날에 비하면 살기가 훨씬 나아졌는데도 문화GNP는 후진국 수준이라던
어느 외국기자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만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일수록
공중도덕지수는 더 형편없으니 다음세대를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는 자유로운 국가의 국민일 수 있는한 자신의 행복과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질서와 양심이란 의무를 지켜야만
한다.

그런 공공의 약속을 소홀히 하고 자기 권리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결국 불신과 갈등으로 가득할 수 밖에 없다.

인격과 덕목을 갖추지 못한 사회구조나 정치구조속에서 GNP만 높다고
하여 결코 행복할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막 들판에는 벼이삭이 여물기 시작한다.

무릇 우리 인간의 삶도 저 벼포기처럼 인내하고 포용하며 성숙해가는
과정이 돼야 하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