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가 어떻게 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주가전망을 묻자 스티븐 마빈 쌍용증권 이사(41)는 의외로 무역수지
얘기를 먼저 꺼낸다.

"한국증시는 금리나 실적보다는 무역수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마빈은 "올 가을이나 겨울초부터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주가도 그때부터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한다.

외국인주식투자한도의 추가확대와 근로주주식저축 등도 긍정적 요인이다.

그럼에도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주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어렵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증시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밝힌다.

또 "올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6.5%에 그치고 내년에는
6.1%로 더 떨어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한국경제를 어렵게 본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 동유럽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자본재나
가공재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고 금리가 하향안정화 추세를 타는데다
세대교체로 인한 경영방식 변화 등으로 인해 장기전망은 밝다고 설명한다.

반도체 산업과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서도 부정적 전망을 제시한다.

"대만이 내년부터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고 일본의 도요타도 새롭게
진출하는데다 기존 업체들의 공급능력도 크게 줄지 않아 수급여건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D램 부문 세계최대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앞으로
2-3년안에 94-95년의 호황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자동차라는 혹을 달고 있다고 평가한다.

"10억달러정도의 손실이 예상되는 자동차 진출은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며
이는 결국 삼성전자의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PER(주가수익비율)로만 볼 때 삼성전자 주가는 싼 것으로 보여지지만
장기핵심투자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빈은 PER보다는 PSR(Price Sales Ratio, 주당매출액비율)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회계자료의 분식이 많아 PER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
이란다.

최근 개별종목 장세를 이끌고 있는 M&A(기업매수합병)나 환경및 자산관련주
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

"재료장세는 지난 80년대 일본에서 일어났던 것과 비슷한데 재료가 실현
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M&A 평가에 대해서도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게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을 경우 한사람과 협상하면 되고 가격도 하나로
결정"되나 "시장에서 사들이려면 주가가 너무 올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설명이다.

자산주를 평가할 때도 단순히 보유자산이 많다는 것보다는 실제 이용가능성
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용이 안되면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환경관련주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홍찬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