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상현 지도위의장이 22일 대권후보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는 동교동계가 김의장의 "대권후보 경선론"을 해당행위라고 공격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의장은 이날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 로터리클럽 초청 특별강연에서
"나는 내년 5월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하면서
"후보지명을 받지 못하면 김대중총재의 손을 들어주고 총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의장은 이어 "내년 대통령후보는 실질경선을 통해 대의원들에 의해
후보가 결정돼야 한다"고 "당내경선론"을 거듭 주장하고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내각제는 제도적으로 지역패권주의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현행 대통령제로 내년 대선을 치르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의장은 특히 "현재 여야에서는 후보경선문제를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
해당행위를 한다거나 제명 또는 축출해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나 나는
우리 정당부터 당내 민주주의를 실천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동교동계에 대한 반격이자 일종의 "선전포고"로도 해석할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동교동측은 아직 공식적인 대응이 없다.

김의장문제를 자꾸 거론하다 보면 당내에 분란이 있는것처럼 외부에 비쳐질
공산이 큰데다 오히려 김의장을 도와주는 역효과가 생긴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김총재 자신도 이미 수차례에 걸쳐 측근들에게 "개의치 말라"고 주의를
환기한바 있어 이날 김의장발언이 당내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소지는 적다.

이와관련, 동교동캠프의 한참모는 "김의장문제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며
"현재로서는 이대로 갈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당 등으로 김의장의 입을 막을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다 당안팎의 여론을
감안할때 경선론을 무작정 회피할수만도 없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로 볼때 내년 5월 당내 대권후보가 결정되기전까지는 김의장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김총재의 총재권한 위임이다.

권한위임대상을 "부총재단"으로 규정하고 있는만큼 김의장은 제3세력에
의해 자연히 당운영에서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고 이러다 보면 제풀에
지칠 것이란게 동교동측의 계산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근들어 독자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정대철부총재와
야권후보 통합쪽에 관심이 있는 조세형 부총재 등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어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