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재정경제원 서기관이 일본 경제기획청에서 근무한 체험을 바탕으로
일본정부와 관료사회, 그리고 대외경제정책의 내면을 파헤친 연구서를
잇달아 펴내 화제다.

현재 한국국제협력단(KOICA) 연구실 연구위원으로 파견 근무중인
이호철서기관(39)이 지난달 "일본의 지방자치 어제와 오늘"을 출간한데
이어 최근 다시 "일본관료사회의 실체"와 "일본경제와 통상정책"
(삼성경제연구소간)을 내놓은 것.

"3년동안 일본관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을 가까이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일본사회와 경제성장을 관이라는 매개를 통해 분석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관점에서 벗어나, 또 총론이 아닌 각론의 입장에서
일본사회를 바라보고자 했지요"

일본사회는 현재 점진적인 변화를 겪고있다고 강조한 이씨는 따라서
변화를 제대로 보지않고 오직 역사라는 하나의 잣대만으로 일본을
가늠하려해서는 그 실체를 올바로 파악할 수 없음을 역설했다.

"부차적으로 산업화에 한발앞선 일본의 경험을 통해 우리사회가
앞으로 당면할 문제들을 추적해보려 했습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표출되는 여러 문제들은 고도성장의 말기에 일본이
경험한 과정과 비슷한 측면이 많습니다.

석유파동이 겹쳐 당시 대단한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은 이때 부품산업육성
등 산업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해 보다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상황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에서 한국관료사회가 일본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 같다는 이씨는 그러나 사회가 안정돼있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업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하부조직에도 적절히 이양돼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일본관료사회의 장점은 확실히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지방자치 어제와 오늘"에서 1947년 민선지자제 도입이후
50년간의 흐름을 살피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관계를 추적한
그는 "일본관료사회의 실체"에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 일본관료사회의 특징을 분석했다.

또 "일본경제와 통상정책"을 통해서 엄청난 엔고와 갖은 통상압력속에서도
매년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올리고 있는 일본경제의 저력과 일본의
통상전략을 차례로 파헤쳤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펴낸 "한국의 경제관료"를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저자는 비즈니스등 실제 문제에 도움이 되는 각론이자 일본사회를
이해하는 색다른 틀을 제공할 수 있는 책이 됐으면 한다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79년 행정고시에 합격, 경제기획원예산실 대통령경제비서실
등에서 근무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