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연농업 세계로 알린다"

충북 괴산군 청안면 운곡리의 백봉초등학교 운곡분교의 폐교터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자연농업협회(회장 조한규.63)에서는 한국의 자연
농업을 주제로 한 세계농학도교류대회가 열리고 있다.

24일로 막을 내리는 이 대회에는 한국 일본을 비롯 영국 프랑스
미국 벨기에 등 6개국 40명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자연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안쓴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기농법과 비슷하지만 그 지역의 토착미생물을 배양해서
쓰고 그지역에서 나는 자원을 이용, 완전자급자족하는 체제로 작물을
가꾸고 가축을 기른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데도 소출은 일반농법에 비해 20%이상 많다는 것이 특징.

이같은 자연농업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이를 실습을 통해 체험토록
하는 것이 이번 대회의 취지다.

"자, 이 담뱃잎들을 보세요.

처녀얼굴처럼 뽀얗고 통통하지요.

저기 농약을 쓴 담배밭을 보세요.

바이러스 때문에 담뱃잎들이 쪼그라들고 누렇게 변색해 있지요"

김상회씨(64)가 자신의 담배밭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 수십명을
상대로 자연농업을 강의하고 있었다.

김씨의 강의내용을 자연농업협회 일본사무국의 히메노유코씨가 일본
어로 번역하고 이를 다시 아오야마 미치코가 영어로 전달했다.

지난주 화순에서 시작된 일정이 벌써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모든
학생들이 무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

일본의 가고시마대학에서 축산을 가르치고 있는 야나기다 코이치(52)
씨는 가장 열심히 배우고 있는 학생중의 한사람.

그는 "한국의 자연농업이야말로 농민을 위해, 소비자를 위해 필요한
농업"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자연농업이 장래농업에 희망을 주는 농업이고 농민과 관계자,
그리고 소비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농업이며 앞으로 농업이 지향할
바른 방향이라고 찬탄해 마지않았다.

그는 일본에서 유기농업이 발달, 매일 이와관련한 기사가 신문에
실리고 있다면서 자연농업에서는 일부 한국보다 앞선 분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국이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유기농법은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 수량이
적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인 반면 한국의 자연농업은 성장주기 등에
맞춰 사람에게 해도 없을 뿐만아니라 수량도 많이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

일본에 한국의 자연농업이 소개된 것은 4년전인데 지금은 한국에서보다
더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김상회씨의 담배밭에서 웃통을 벗어부치고 담뱃대공을 뽑으며 근육을
과시하던 "영국의 람보" 폴(28).

"영국에서는 자연농업이라는 개념은 없고 유기농업이 알려져 있습니다.

슈퍼에 가보면 유기농업으로 재배한 채소나 과일 등을 팔고 있는데
농약을 준 것보다 볼품이 없지요.

뒤틀리고 광택도 안나고.

그렇지만 가격은 배이상 비쌉니다"

엠마(영.25)와 베로니크(프랑스.25)는 농약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유기농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이 슈퍼의 선반을 점점 더 차지하고 있다면서 자연농업에
관심을 보였다.

자연농업협회는 현재 15개국에 자연농업을 지도하고 있는데 일본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케냐 미국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이 꼽힌다.

< 채자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