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자들의 문학에 대한 욕구가 대단히 커졌습니다.

또 이같은 욕구를 반증하듯 많은 여성작가들이 배출돼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성의 문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함께 늘어가는 상황이지요"

발행인겸 편집인인 손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증하는 여성의 문학적
욕구를 올바로 견인할 매체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계간지 발행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성문학이 양적.질적으로 엄청나게 팽창하고 있음에도 이에 걸맞는
사회적.문학적 위상이 정립되지 못하고,특히나 남성중심의 평단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흔히 생각하는 여성만의 문학을 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여성들만의 문학이라는 닫힌 틀에서 벗어나 함께 사회를 이뤄가는
축으로서 여성의 삶과 문학을 담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문학성과 사회성이 조화된 질높은 계간지로 가꿔 나갈
예정입니다"

손씨는 또 창간호 기획및 원고청탁작업에 직접 참여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창작과 비평" 등 전통있는 기존지에 버금가는 잡지로
가꾸고 싶은 욕심에 힘든 줄 모르겠다고.

창간작업에 남편 임승준 전한국경제신문 주필의 도움이 컸다는 손씨는
노년에 뭔가 뜻있는 일을 함께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해 지난해 도서출판
문화공간을 설립했다고.

문화공간이 발행하는 "라 쁠륨"의 편집은 손씨가 주로 맡고, 남편 임씨는
기존의 출판사 일과 잡지 광고및 판매업무를 담당한다.

가을 창간호에는 기획특집으로 "한국문학에 있어서의 여성문학"
"작가가 본 우리 평론가와 평단"을 실어 광복후 여성문인들의 활동을
정리, 현대 페미니즘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현역 소설가와
시인의 눈을 통해 본 우리나라 평단의 문제점을 해부했다.

또 문예란에는 현길언씨의 중편소설 "아직도 겨울강물"과 손장순 김채원
최문희 김이태씨의 중단편, 홍윤숙 조병화 김남조 유안진 강은교씨의 시가
실렸다.

그리고 정을병 강준만씨의 언론비평, 서지문 (고려대) 정옥자 (서울대)
교수의 시론을 실어 정치.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전하고 있다.

한편 "라 쁠륨"의 주간은 유재용 펜클럽한국본부부회장이 맡았고,
편집위원에는 박철희 (서강대) 권택영 (경희대) 권영민 (서울대) 교수와
시인 강은교씨 소설가 서영은씨 등이 선임됐다.

또 소설가 김지원씨와 박영숙 영국대사관공보관을 각각 미국과
영국담당 편집위원으로 위촉했으며 일본 독일 프랑스등에 통신원을
두고 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