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 어디갔어요?"

요즘 삼성전자 홍보실 직원들은 이런 질문을 받기 일쑤다.

홍보실에 자주 들르는 사람들로부터 청소하는 아주머니들까지 삼성전자
인터넷홈페이지 재구축팀에 임시로 파견나간 "미카"를 찾기 때문.

삼성전자 홍보실에서 해외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핀란드인 미카 사르키넨씨
(28).

사내에서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훤칠한 몸매에 환한
얼굴을 지닌 그를 좋아한다.

항상 밝고 사람을 대할 때 꾸밈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한국사람보다도
더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수 있기 때문.

한국어실력이 뛰어나 전화로 이야기할 경우에는 종종 한국인으로 오해받을
정도.

일하면서 "아 열받네" "도무지 도움이 안돼요" "도대체 아는게 뭐가
있어요"라는 말을 하도 자연스럽게 내뱉어 주위를 웃기곤 한다.

즐겨 먹는 음식도 부대찌개 육개장같은 얼큰한 것.

얼마전 여름휴가차 핀란드에 갔을 때는 김치를 못먹어 안달이 났다고 할
정도다.

부회식이나 회사동료들간에 술자리가 있을 때 그의 출석률은 100%.

그 뿐 아니라 중도에 빠져나가지 않고 끝까지 남는다.

두주불사형.

술을 워낙 좋아해 폭탄주도 사양하는 법이 없다.

노래방에서도 트롯에서 최신가요까지 못하는 노래가 없다.

그의 십팔번은 신중현의 "미인".

한국적인 독특한 리듬과 가락도 좋지만 단순해서 부르기 좋다고.

모호텔의 나이트클럽 "파라오"를 자주 출입해 파라오, 자유복을 입을 수
있는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튀는 옷차림을 하고와 날라리라 불리지만
업무처리에는 빈틈이 없다는 게 주위의 평가.

주어진 일은 성실하게 하지만 그 이상은 하려들지 않고 회사에서도 미카의
능력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하는 것같다는 것이 동료들의 유일한 불만.

미카는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94년 4월에 입사, 최근 대리로
승진했다.

이제 반쯤 한국인이 된 것같다는 그는 주한 외국인은 국내법상 원칙적으로
계약직 취업만 가능해 신분보장이 불안정한 점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 글 송태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