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성장의 기관차로 불리는 아시아경제가 주춤거리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수출주도형" 엔진에 의존해 성장해온 이 지역의 경제구조를 감안할때
한국을 포함해 위축될대로 위축된 수출통계는 이런 불안감을 더욱 짙게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올상반기 수출증가율을 보면 한국의 경우 11.8%,
대만6.4%, 홍콩 4.8%, 싱가포르 10.6%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출증가율 33.2%(한국), 22.6%(대만), 18.6%(홍콩), 29.1%(싱가포르)에
비하면 형편없는 성적이다.

중국은 올상반기 수출이 8.2%나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이 44.8% 증가했던것과는 가히 충격적인 대조를
보였다.

경제개방이후 최악의 수출실적이다.

특히 지난 10년여동안 동남아시아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은 수출부진으로 인한 경상수지적자난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올해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경상수지적자는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8%내지 9%에 달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3.8%로 낮은 편이지만 최근 정치불안과 1,000억달러에
이르는 외채때문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이들 아시아국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보다
1~2%정도 밑돌 전망이다.

싱가포르는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이 10.9%였으나 2.4분기에는
7%로 둔화, 92년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급기야 싱가포르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목표치인 7.5~8.5%에서
7~8%로 낮춰 잡았다.

이현룡싱가포르 부총리는 향후 10년간의 경제성장목표치를 6~8%로
책정, 발표하기까지 했다.

한국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등도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최근 이들 국가들의 수출과 경제성장에 제동을 거는 주범은 크게
두가지로 지적된다.

이중 하나는 엔화약세(달러강세)다.

엔화약세는 곧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되살아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지금까지 엔화강세로 반사이익을 누려왔던 아시아국들의
가격경쟁력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는 지난 95년 4월 슈퍼엔고(1달러 79엔)이후 무려
35%나 떨어져 한때 110엔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엔화약세로 일본제품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한국의 주력수출상품인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치명타를 맞았다.

중국의 경우 달러강세로 지난 32개월동안 원화가치가 달러당 8.7원에서
8.3원로 높아졌다.

환율전문가들은 중국의 인플레율이 미국보다 훨씬 높기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원화가 지난해 13% 절상됐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등의 통화가치도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전문가들은 싱가포르의 경우 환율 1%상승은 1.7%의 수출감소를
가져온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른 한가지는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제품등에 대한 선진국들의 수입감소.

실제 G7(서방선진7개국)의 수입수요감소는 지난해 중반 19%에서
올해 3월 2%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지난해 12%에 달했던 수입증가율이 올들어 5월까지 4.7%로
둔화됐다.

일본도 지난해 22%에서 올상반기에는 11.6%에 그쳤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시장의 전자제품및 PC수요가 급감, 아시아국가들의
수출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시아지역 경제의 전자산업비중을 살펴보면 타격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잘 드러난다.

수출액대비 전자산업의 비중은 싱가포르 66.2%, 한국 34.9%, 필리핀
32.9%, 대만 29.7%, 태국 18.8%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은 아시아경제권의 이상기류에 대해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지난 몇년간의 과열성장에 대한 일종의 "한숨돌리기"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수출도 늘어나고
엔화도 다시 반등할 것으로 낙관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아시아경제가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흐름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체 체력이 충분치는 않다는
것이다.

선진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도 높은데다 수출품목도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혁신과 함께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미흡한 구조전환도
큰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이런 점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등은 시급히 산업구조를
전환해야 될 대표적인 국가로 지목된다.

그러나 태국의 경우는 낮은 교육수준과 숙련공의 부족으로 새로운
산업으로의 구조전환모색도 힘들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홍콩에 소재한 정치.경제리스크 자문회사(PERC)는
앞으로 10년동안 아시아가 숙련된 노동인력의 부족으로 대부분의 사업을
선진국에 빼앗길 것으로 전망했다.

< 김홍열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