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경제가 펄펄 날고 있다.

전반적인 침체기조의 유럽경제에 비하면 단연 돋보인다.

최근 2년간 연속해서 8%에 가까운 고속성장을 기록하면서 힘차게 달려온
아일랜드는 올해도 그 여세를 몰아갈 전망이다.

루아이리 퀸 재정장관은 최근 상반기 경제보고서에서 아일랜드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물가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각종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청신호를 나타내 올해 성장률이
연초 예측한 5.75%를 훨씬 뛰어넘는 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고도성장에 따라다니던 고질적인 인플레도 당초억제목표치인
2.25%보다 낮은 2%수준에 머무를것으로 보여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제규모로 따져 영국의 20분의 1,독일의 3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인구 300만의 "꼬마"아일랜드가 고속성장을 누리는 비결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수출호조, 외국인투자증가, 안정적 임금수준, 내수활황등을
꼽았다.

자국통화의 평가절상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는 최근 4년간 10~14%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올 3월에도 24억아이리시파운드어치(1아이리시파운드어치=1,300원)를
수출, 작년동기대비 약 10%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수출구조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수출은 현지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이 주도했다.

그러나 농축산업등 자국산업의 기여도가 점차 커지고 있어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규모도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

94년 1억6,900만아이리시파운드어치에서 지난해 1억9,300만아이리시파운드
어치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미국 컴퓨터회사들이 아일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기업의 전체EU투자중 약40%가 아일랜드에 집중되고 있다.

공무원들의 임금인상요구가 변수로 남아있긴 하지만 지난 2년간
임금상승률이 인플레증가율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올 1~5월까지 신차판매가 전년동기대비 35.6%늘어나는등 민간소비부문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탄탄한 경제성장덕분에 정부재정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정부재정적자가 당초 목표치인 국내총생산 (GDP)의 2.6%보다 낮은
2.3%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 87년 당시 GDP대비 115%에 달했던 재정적자와 비교하면 꿈같은
결과다.

아일랜드는 오는 99년으로 예정된 유럽경제통합의 마지막 단계인
화폐통합(EMU)을 위한 세가지 까다로운 기준중 저인플레 정부재정적자등
두가지조건을 이미 충족시키고 있다.

그중 나머지 하나인 GDP대비 외채비율도 기준치인 60%에 근접하고
있어 EMU참여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는 아일랜드경제에도 나름대로 고충은 있다.

증가일로에 있는 외국기업의 투자에 힘입어 실업률이 지난해 12.6%에서
올해 11.7%로 낮아질 전망이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더구나 전체 실업자중 1년이상 실업상태에 있는 장기실업자가 30%에
달하고 있어 큰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또하나 아일랜드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저축과 투자의 불균형이다.

특히 외국기업의 투자러시에 비해 자국기업의 투자가 이에 훨씬 못미치고
있어 자칫 아일랜드가 외국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해야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좀더 가시적인 위협은 내년 11월전에 치러질 선거다.

선기기간중 씀씀이에 따라서는 한창 잘나가고 있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질투반 부러움반으로 일부 국가들은 이같은 경제성장이 자력이라기
보다는 막대한 EU보조금 덕택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아일랜드는
당분간 유럽경제의 "별종"으로 남아있을거라는게 경제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 김수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