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회사가 항암제를 개발했다면 믿어질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월 사상최초로 일본의 한 요구르트회사가
개발한 항암제를 승인했다.

이 약은 CPT-11로 결.직장암 치료용 항암제.제약전문가들은 이 항암제가
지금까지 나온 것중 가장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약 개발의 주인공은 일본 요구르트회사인 야쿨트 혼샤.

이 회사가 항암제를 개발하게 된 동기는 어떻게 보면 단순하기까지 하다.

고통받고 있는 암환자들을 위해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소비자들과의
약속때문이었다.

야쿨트 혼샤는 "하루 요구르트 한병으로 당신의 건강을"이라고 광고할
정도의 건강식품을 제조및 판매하는 회사다.

제약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는 거의 이름이 나 있지
않다.

지난해 총매출액 17억9,000만달러중 제약부문은 2,130만달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항암제 개발노력은 대형 제약회사 못지 않았다.

지난 50년대말 미 국립암센터가 독성이 강해 임상실험단계에서 항암제인
캠프토테신연구를 포기한 사실을 알고 70년대초 이를 독자적으로 연구하게
된다.

캠프토테신은 중국산 캠프토테카나무에서 추출한 물질로 CPT-11의
주요성분.

70년대초 야쿨트 혼샤는 캠프토테카나무가 일본 남부지역에서도 자란다는
것을 알고 캠프토신을 추출, 500여가지의 제약성분을 결합하는데 성공한다.

80년대초에는 혼합물인 CPT-11을 제조, 생쥐의 종양에 시험해 믿을만한
효과를 얻게 된다.

이어 86년 야쿨트 혼샤는 일본의 다이이치제약과 제휴,임상실험에
성공하게 된다.

이 소식은 곧 미국의 제약업계에 퍼지고 전세계 18개의 제약업체들이
이약의 판매권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북미에서는 미국의 파머시아&업존이 판매권을 얻게 된다.

파머시아&업존은 CPT-11을 현재 캠프토사라는 약명으로 시판하고
있다.

야쿨트 혼샤는 매일 요구르트 한병으로 소비자의 건강을 돕는다는
소박한 약속에서 출발, 결국 더 크고 소중한 약속까지 이뤄낸 것이다.

< 김홍열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