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

우리는 오늘의 시기를 21세기로의 단순한 세기적 변화가 아닌 정보화사회,
지식사회로 표현되는 문명서적 변화의 시기로 인식하고 미래를 위한 최선의
준비는 바로 교육의 틀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하여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화, 경쟁력있는 대학, 세계 일류대학을 향한 교육개혁의
의지는 경쟁에서 낙오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작용하여
경향의 모든 대학이 새로운 체제에서의 생존전략 수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테크(high-tech), 하이터치(high-touch)의 산업발전 추세는 모든
경제주체에 신축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신축성은 조직의 경량화와 스림화를
추구하게 되어 기업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기이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의 아카데미즘에 못지않게 산업사회와의 호흡이 대학 기능의
중요한 측면으로 부상한 지금 대학이 획일화에서 벗어나는 다양화는
그 규모의 적정성에 기초한 특성화이다.

달리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대학은 양적 규모의 팽창으로 특수성과
차별성을 상실한 채,백화점식 대학이 되어 가고 있다.

동경대학 63개, 예일대학 61개 학과를 두고 있는데 비해 국내의
우수대학은 100개 이상의 학과를 설치하고 있는 반면 학생당 연간 교육비는
도경대학이 우리나라의 10배, 공과대학으로 특성화되어 있는 MIT의 경우
30배에 달하고 있다는 것은 그 단적인 예이며, 미국의 갈텍(CALTECH),
불란서의 에꼴폴리테크닉(Ecole de Polytechnics)은 학생수 수천명의
작지만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양적 비대화는 등록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대학의
재정조달이 규모의 경제에 따라 학생을 많이 선발하는 구조로 갔기 때문이긴
하지만 모든 대학이 덩치만 큰 껍데기만 세계 최고최대인 대학을 꿈꾼다면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발전전략이며 세계를 바라보고 멀리 미래를 생각하는
장래성이 있는 경쟁이 아니다.

이제 대학은 국민의 바램이 담겨있는 교육개혁의 의지와 함께 나라발전과
교육의 정상화를 생각하는 작지만 큰 사고를 하는 대학을 추구해야 한다.

조약돌 하나로 골리앗을 넘어뜨린 작은 거인 다윗의 일화는 대학발전의
성패가 그 내용과 질에 달려 있음을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