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구조 문제 많다] (6) '퇴직금 쌓기' .. "이중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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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에 있던 중소 가구업체 H사.
이 회사는 지난해말 퇴직금 때문에 도산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직원들의 누적 퇴직금이 자산보다 많아지자 은행에서
대출을 기피한 게 부도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따라서 과중한 퇴직금 탓에 회사가 쓰러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게 소위 "퇴직금 도산"이다.
직원이 2백여명으로 설립된지 15년된 H사가 작년 6월 현재 퇴직금으로
적립한 돈은 약 22억원.
물론 이 돈은 장부상으로만 쌓은 금액이긴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회사의 자산이 20억원 정도로 퇴직금보다 적었다는
것이다.
이중 담보로 이미 설정된 공장과 설비를 빼면 신규로 돈을 꾸기 위해
제공할 수 있는 담보자산은 전무했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이 H사에 돈 대주는 것을 꺼린 건 당연했다.
기업들의 퇴직금은 어느새 임금구조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근로자들의 근속연수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쌓아 놓아야
하는 퇴직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 경영을 짓누르고 있다.
특히 지난 8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3개월분의 임금과 함께 퇴직금
전액이 모든 채권에 대해 최우선 변제되도록 바뀐 것이 기업들을 옭죄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엔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이 시행되는 마당에 퇴직금 적립은
결국 기업들에 이중 부담만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사실 능력 이상의 "퇴직금 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 91년말 현재 상시고용인 3백인 이상 국내기업의 퇴직금 채권총액
(근로자가 일시에 퇴직할때 지급받게 될 누적 퇴직금)은 연간 매출액의
9.4%에 달한다.
연간 인건비 기준으로는 50.5%에 이르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일부 기업에선 근속연수 1년에 30일분의 평균임금을 지급하는
법정 퇴직금외에 근속연수에 따른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기업의 부담 정도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예컨대 한국 근로자는 20년을 근속했을 때 평균 23.1개월분의 봉급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받는다.
30년 근속했을 때는 퇴직금이 35.7개월분 봉급에 달한다.
반면 일본 근로자들은 20년 근속한 경우 15.7개월분, 30년 근속했을 때
26.2개월분의 퇴직금을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선 설립된지 오래돼 근로자의 근속연수가 긴
중소기업의 경우 누적퇴직금이 자산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
퇴직금을 어떤 식으로든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만 하다.
이는 비단 기업들의 부담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큰 이유는 현행 퇴직금 제도가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시행으로
점점 본래의 존재가치를 잃고 있다는 데 있다.
"근로자의 실직 또는 퇴직때 생계보장을 위해 기업과 근로자가 일정액씩을
적립하는 국민연금이 지난 93년부터 실시되고 있고 작년 7월부터는
고용보험제가 본격 시행되는 만큼 기존의 퇴직금은 기업에 이중부담만
된다"(김영배 경총이사)는 게 경영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게다가 현행 퇴직금은 법에서 일시불로만 지급토록 돼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퇴직때 한몫에 큰 돈을 지급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 되고
근로자들에게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노후보장 자금으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현행 퇴직금제도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미 중론이다.
방법은 여러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우선 기존의 법정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임의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
이 그중 하나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의무화(28조 제1항,근속연수 매년마다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 지급)돼 있는 퇴직금을 "노사합의에 따라 줄 수도 있고 안줄 수도
있는 임의제도로 바꿔야 한다"(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지적이다.
또 퇴직금을 아예 국민연금에 흡수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퇴직금이 모두 공공연금을 보완하는 기업연금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80년이래 일본에서도 일시불 형태의 퇴직금을 시행하는 기업들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국이라고 이런 세계적인 조류에서 예외일 순 없다"(남성일 서강대교수)
사실 퇴직금이야 말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의 총화라고 할만 하다.
퇴직금이란 게 근속연수에 비례해 차곡차곡 쌓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만큼 동기유발형 임금체계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형 임금구조의 근본적 개혁에서 퇴직금이 빠질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
이 회사는 지난해말 퇴직금 때문에 도산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직원들의 누적 퇴직금이 자산보다 많아지자 은행에서
대출을 기피한 게 부도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따라서 과중한 퇴직금 탓에 회사가 쓰러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게 소위 "퇴직금 도산"이다.
직원이 2백여명으로 설립된지 15년된 H사가 작년 6월 현재 퇴직금으로
적립한 돈은 약 22억원.
물론 이 돈은 장부상으로만 쌓은 금액이긴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회사의 자산이 20억원 정도로 퇴직금보다 적었다는
것이다.
이중 담보로 이미 설정된 공장과 설비를 빼면 신규로 돈을 꾸기 위해
제공할 수 있는 담보자산은 전무했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이 H사에 돈 대주는 것을 꺼린 건 당연했다.
기업들의 퇴직금은 어느새 임금구조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근로자들의 근속연수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쌓아 놓아야
하는 퇴직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 경영을 짓누르고 있다.
특히 지난 8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3개월분의 임금과 함께 퇴직금
전액이 모든 채권에 대해 최우선 변제되도록 바뀐 것이 기업들을 옭죄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엔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이 시행되는 마당에 퇴직금 적립은
결국 기업들에 이중 부담만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사실 능력 이상의 "퇴직금 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 91년말 현재 상시고용인 3백인 이상 국내기업의 퇴직금 채권총액
(근로자가 일시에 퇴직할때 지급받게 될 누적 퇴직금)은 연간 매출액의
9.4%에 달한다.
연간 인건비 기준으로는 50.5%에 이르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일부 기업에선 근속연수 1년에 30일분의 평균임금을 지급하는
법정 퇴직금외에 근속연수에 따른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기업의 부담 정도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예컨대 한국 근로자는 20년을 근속했을 때 평균 23.1개월분의 봉급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받는다.
30년 근속했을 때는 퇴직금이 35.7개월분 봉급에 달한다.
반면 일본 근로자들은 20년 근속한 경우 15.7개월분, 30년 근속했을 때
26.2개월분의 퇴직금을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선 설립된지 오래돼 근로자의 근속연수가 긴
중소기업의 경우 누적퇴직금이 자산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
퇴직금을 어떤 식으로든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만 하다.
이는 비단 기업들의 부담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큰 이유는 현행 퇴직금 제도가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시행으로
점점 본래의 존재가치를 잃고 있다는 데 있다.
"근로자의 실직 또는 퇴직때 생계보장을 위해 기업과 근로자가 일정액씩을
적립하는 국민연금이 지난 93년부터 실시되고 있고 작년 7월부터는
고용보험제가 본격 시행되는 만큼 기존의 퇴직금은 기업에 이중부담만
된다"(김영배 경총이사)는 게 경영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게다가 현행 퇴직금은 법에서 일시불로만 지급토록 돼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퇴직때 한몫에 큰 돈을 지급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 되고
근로자들에게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노후보장 자금으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현행 퇴직금제도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미 중론이다.
방법은 여러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우선 기존의 법정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임의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
이 그중 하나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의무화(28조 제1항,근속연수 매년마다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 지급)돼 있는 퇴직금을 "노사합의에 따라 줄 수도 있고 안줄 수도
있는 임의제도로 바꿔야 한다"(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지적이다.
또 퇴직금을 아예 국민연금에 흡수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퇴직금이 모두 공공연금을 보완하는 기업연금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80년이래 일본에서도 일시불 형태의 퇴직금을 시행하는 기업들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국이라고 이런 세계적인 조류에서 예외일 순 없다"(남성일 서강대교수)
사실 퇴직금이야 말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의 총화라고 할만 하다.
퇴직금이란 게 근속연수에 비례해 차곡차곡 쌓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만큼 동기유발형 임금체계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형 임금구조의 근본적 개혁에서 퇴직금이 빠질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