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08)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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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과는 설부인이 보내준 돈으로 현청의 관리들을 매수하고 설반과
같이 술을 마신 오량을 협박하여 설반에게 유리하도록 증언을 하게 하여
설반에게 가벼운 형이 떨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상급관청의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설반은 옥에 갇혀 있어야만
하였다.
설과가 설반의 일을 그런 식으로 잘 마무리하고 돌아오자 설부인은
너무나 기쁘고 감사해서 설과를 그 어느 때보다 극진히 대접하였다.
그런데 설반의 아내 하금계는 밤마다 남자와 교합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위행위라도 해서 욕정을 채워야만이 잠을 잘 수 있는 여자라서
남편 설반이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자 금방 설과에게 눈독을 들였다.
금계의 시녀 보섬도 설과에게 추파를 보내었는데 금계는 그런 보섬의
마을을 이용하여 여자를 잘 모르는 것 같은 설과를 보섬이 우선 먼저
유혹해보도록 하기도 하였다.
설과가 보섬을 통해 일단 여자맛을 알게 되면 금계 자신이 설과를
유혹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설과는 보섬의 유혹에도 금계의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루는 저녁 무렵에 보섬이 키득키득 웃으며 들어와 금계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씨, 방금 설과 도련님 보셨어요?"
"아니. 설과 도련님은 장노인인가 하는 사람 생일 잔치에 초대를 받아
점심 무렵에 나갔잖아"
"그런데 말이에요.
설과 도련님이 조금 전에 술에 얼큰히 취해 술내까지 풀풀 풍기며
돌아와 설부인 마님 방으로 들어가셨다니까요.
전에 아씨 심부름으로 제가 설과 도련님 방으로 술고 안주를 들고
갔을 때는 술은 일절 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절했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설과 도련님은 그 동안 내숭을 떨었다니까요.
조금 있으면 설과 도련님이 마님 방에서 나올 테니 아씨도 한번 보세요.
얼굴도 벌개 가지고 가관이라니까요. 호호호"
그러더니 보섬은 다시 밖으로 나갔다.
보섬의 말을 들은 금계는 얼른 경대보를 벗겨 경대에 얼굴을 비쳐보면서
입술에다 새빨간 연지를 고쳐 바르고 두 볼에 분도 새로 발랐다.
머리까지 정성껏 매만지고 나서 금계는 꽃무늬가 촘촘이 박힌 손수건을
꺼내 들고 설부인의 방으로 다가갔다.
얼마 후, 아니나 다를까 술을 잘 못한다던 설과가 설부인 방에서도
술을 받아 마셨는지 이제는 곤드레만드레가 되다시피 하여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나오고 있었다.
보섬이 달려가 아는 체를 하고 있는 사이에 금계가 설과를 가로막고
빈정거렸다.
"내가 대접하는 술은 술도 아닌 모양이지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8일자).
같이 술을 마신 오량을 협박하여 설반에게 유리하도록 증언을 하게 하여
설반에게 가벼운 형이 떨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상급관청의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설반은 옥에 갇혀 있어야만
하였다.
설과가 설반의 일을 그런 식으로 잘 마무리하고 돌아오자 설부인은
너무나 기쁘고 감사해서 설과를 그 어느 때보다 극진히 대접하였다.
그런데 설반의 아내 하금계는 밤마다 남자와 교합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위행위라도 해서 욕정을 채워야만이 잠을 잘 수 있는 여자라서
남편 설반이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자 금방 설과에게 눈독을 들였다.
금계의 시녀 보섬도 설과에게 추파를 보내었는데 금계는 그런 보섬의
마을을 이용하여 여자를 잘 모르는 것 같은 설과를 보섬이 우선 먼저
유혹해보도록 하기도 하였다.
설과가 보섬을 통해 일단 여자맛을 알게 되면 금계 자신이 설과를
유혹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설과는 보섬의 유혹에도 금계의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루는 저녁 무렵에 보섬이 키득키득 웃으며 들어와 금계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씨, 방금 설과 도련님 보셨어요?"
"아니. 설과 도련님은 장노인인가 하는 사람 생일 잔치에 초대를 받아
점심 무렵에 나갔잖아"
"그런데 말이에요.
설과 도련님이 조금 전에 술에 얼큰히 취해 술내까지 풀풀 풍기며
돌아와 설부인 마님 방으로 들어가셨다니까요.
전에 아씨 심부름으로 제가 설과 도련님 방으로 술고 안주를 들고
갔을 때는 술은 일절 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절했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설과 도련님은 그 동안 내숭을 떨었다니까요.
조금 있으면 설과 도련님이 마님 방에서 나올 테니 아씨도 한번 보세요.
얼굴도 벌개 가지고 가관이라니까요. 호호호"
그러더니 보섬은 다시 밖으로 나갔다.
보섬의 말을 들은 금계는 얼른 경대보를 벗겨 경대에 얼굴을 비쳐보면서
입술에다 새빨간 연지를 고쳐 바르고 두 볼에 분도 새로 발랐다.
머리까지 정성껏 매만지고 나서 금계는 꽃무늬가 촘촘이 박힌 손수건을
꺼내 들고 설부인의 방으로 다가갔다.
얼마 후, 아니나 다를까 술을 잘 못한다던 설과가 설부인 방에서도
술을 받아 마셨는지 이제는 곤드레만드레가 되다시피 하여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나오고 있었다.
보섬이 달려가 아는 체를 하고 있는 사이에 금계가 설과를 가로막고
빈정거렸다.
"내가 대접하는 술은 술도 아닌 모양이지요?"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