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8월초 남미 페루수도 리마에서 한국국제협력단과 유엔공업
개발기구(UNIDO)가 공동주최한 워크숍에 참석했었다.

그 곳에서 중남미 16개국의 경제계호기담당 장.차관과 국장들을 대상으로
지난 30여년간의 한국경제개발 경험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였다.

필자가 경제부처에 실무자로 근무했을때 추진했던 수출진흥시책,
수입대체산업육성, 국산화정책 등에 관한 경험을 전달한 것이다.

이들 중남미 국가들은 이미 모든 것을 개방했기때문에 정부간섭을 전제로
하는 한국의 과거 개발정책을 모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것 같았다.

다만 필자가 강조했던 경제발전에 대한 통치자의 강렬한 의지 정부관료의
정책추진능력 그리고 개척자적인 업계의 적극적 해외시장진출 등이 함께
조화를 이룰때 경제발전의 기적은 달성될 수 있다는 견해에 크게 공감하는
등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중남미 사람들은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동일
언어권 국가라는 유사성 외에도 출신국가가 한결같이 무역적자국이며
대외부채국이고 경제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그들은 우리와 비교할때 여러모로 다른점이 있다.

8월이면 우리는 삼복더위이나 그들을 겨울철이고 우리는 못살다가
잘살게된 편인데 반해 그들은 잘 살다가 어렵게 된것이 대조적이다.

어쨌든 한국을 배우려는 열기가 기대이상이다.

특히 페루는 김영삼대통령이 방문예정인데다가 국제협력단의 의료지원
사업이 널리 알려져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또한 예상밖으로 크다.

필자가 위크 던 같은 기간에 추지모리 페루 대통령과 국제협력단
정주년총재는 한국이 페루 벽촌에 건립한 조그만 병원 개원식에 함께
참석했다.

한국국제협력단이 주관기관이다.

가난과 병고에 시달린 아낙네와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코리아를
외치며 열관적으로 환영하는 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정총재는 당시상황을
청결하게 할 수 없다고 한다.

페루는 중남미 국가중 경제사정이 좋은 편인데도 담배와 초코렛 행상이
길러기를 휘젓고 다니며 대중버스 차장이 호객행위를 하는것 등은 60년대
한국을 연상케 한다.

몰골이 흉악한 한국제 숭비 중고차가 거리를 누비고 다니며 필자가
묵었던 호텔이 12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 운전사고가 있고 40대 남자가
운전한다.

경제회복에는 아직 먼길이 남아있다는 인상을 준다.

시골사정은 더욱 어렵다.

고산지대라 물이 귀해 목요과세탁을 못하고 휴지도 풀잎도 없어 화장실
사용 후 뒷처리를 청결하게 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어려운 처지를 겪어보지 않았던가.

50여년전 일제 압박에서 광복을 찾았을 때에 기쁨과 감격도 잠깐이고
굶주림과 추위로 얼어붙은 육신을 제공한 긴급구호물자로 연명했던 우리들이
아니가.

세월이 가고 세상이 바뀌어 이제 우리도 어려운 나라에 도움을 줄수 있는
형편이 되었으니 감사할 뿐이다.

우리 정부는 77년부터 비동맹권 국가에 대한 기자재 무상원조를
시발점으로 80년대 중반부터 개도국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원조사업에
나섰고 원조규모도 계속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의 년간 원조예산은 1억5,000만달러(94)로서 수혜국가당
평균 원조액은 40만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해 일본의 대외 원조예산 총액132억 달러에 비하면 원조액수가
너무 빈약하다.

한국의 대외 원조총액은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스페인의 11%,
네덜란드의 6% 수준이다.

GNP에 대한 원조금액의 비율은 한국이 0.05%(93년) 0.04%(94년)로
증여국 평균인 0.3%에 훨씬 미달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년도별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어렵던 60년대 초까지 도합 31억 달러의 원조를 받았다.

한국은 언필칭 세계 214개국중 GNP규모 11위, 1인당 GNP 36위, 무역규모
11위로 세계적 거대국가임을 떠들어대면서 외국원조에는 인색한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스페인, 아일랜드, 네덜란드등 원조국가들의 외국원조를 받지 않은
나라들인데도 어려운 나라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우리는 어렵던 시기에 국제사회의 원조로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후진국형 전염병을 치료하면서 모진 생명을 연명해 오지 않았던가.

참담했던 과거에 입었던 은혜를 잊어버려서도 안되고 소홀히 대응해도
안된다.

더구나 선진국 모임인 OECD 가입을 눈앞에 두었고 고기도 계란도 건강에
해롭다고 호들갑을 덜면서 1달러 지폐한장으로 하루 세끼를 연명시킬수
있는 지구촌 이웃에좀더 성의를 보여야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OECD에 가입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경제력에 걸맡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받는 원조에는 익숙해 있으면서 주는 원조에는 인색하다는
세계여론이 일기전에 50년전에 신세진 빚을 갚아야 한다.

우리가 고마워 하였던것 이상으로 고마워 할 것이다.

"세계속의 한국"이나 국제사회를 무상으로 성취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에서 정치.외교적으로 국가역량을 강화하려면 국제적 인도주의와
상호의존성에 입각한 공동번영추구에 충실해야 한다.

남남협력차원에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여 국력에 상응한 개발원조 확대가
절실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