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의 동아시아과학사 연구현황 >>


석택종 <중국 과학기술원 원사>


중국에서의 과학사 연구와 발표는 최근 수십년동안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현재 중국 각지역에서는 중국과학사에 관한 책과 연구결과가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나오고 있다.

이런 경향은 중국과학사만이 아니라 서양과학기술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많은 서양과학사 기술사 관련 책자가 번역되어 나오는가하면
중국학자들에 의해 저술되어 나오고 있다.

이런 활발한 과학사 기술사 연구와 발표가운데에는 동아시아과학사
기술사에 대한 연구도 적지 않다.

나의 조사에 의하면 최근 3년동안에도 일본과 한국의 과학기술사, 또는
일본과 한국의 기술사와 관계된 논문이 50편을 넘는다.

한국과 관련된 대표적연구를 예로 든다면 왕전진의 "역사상의 중국과
한국의 지도교류"라는 논문이 94년 중국과기사료란 학술지에 실렸고
96년의 "자연과학사연구"는 학술지에는 이세동의 "중국과 한국 고대
별자리의 같음과 다름에 대한 연구"가 실렸다.

일본에 관한 논문은 더 많은데 심강신이 일본의 유명한 전통수학자
관효화의 수하게 관한 연구가 있다.

최근 열렸던 학술회의만해도 95년10월 강서성의 응담에서 제2차
동방천문학사회의가 열렸고 바로 지난 7월에는 내몽고에서 제3차
한자문화권의 수학사및 수학교육회의가 열렸다.

이런 회의를 통해 많은 과학사 수학사 관계논무니 발표되고 있다.

중국에는 또 현재 대규모 사료의 수집과 정리, 그리고 고전적인 과학사
관련자료의 수집이 벌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우선 "중국과학기술 고전총서"라 할수 있는 책이 나오고
있는데 10개분야에 걸쳐 51권의 책으로 정리될 것이다.

그 10개 분야는 수학(5권), 농학(5권), 의학(8권), 기술(5권)지리(4권),
생물(3권), 물리(2권), 화학(3권), 천문(8권), 종합(8권)등으로 되어있다.

10개분야 각각에는 서론이 들어 있는데 그 분야의 발전사를 개관한
것이다.

또 이와관련된 것으로 제1회중국과학시술고전 국제회의가 이달 17일부터
20일까지 산동성에서 열렸는데그 주제는 고공기였다.

최근 출판을 계획하고 있는 중화대전에는 고대에서부터 1911년의
신해혁명 때까지의 자료를 21개 분야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90개
이상으로 세분하여 7억자분량이나 되는 방대한 자료를 정리할 것이다.

이 가운데 과학기술에 관한 분야에는 다음과 같은 계획이 세워져 있다.

수학 물리 화학분야는2000만자, 천문학 지학분야 1500만자, 생물학분야
1500만자, 의학 위생분야 5000만자, 농업 수리분야 4000만자, 공업분야
4000만자, 그리고 교통분야는 1000만자분량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전통기술의 보호문제 역시 최근 중국에서 중시되고 있어 현재 "중국전통
공예전서"16권이 준비되고 있는데 이 전서는 2000년까지 전부 출판될
예정이다.

그 내용으로는 염직, 양조, 건축, 기계, 도자기, 금속공예, 금은세공,
조각, 종이와인쇄, 한약, 가구, 칠기, 민간수공업등 여러분야를 나누고
거기에 전통기술유물의 복원및 그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기술문제등을 따로
다루게 된다.

이 연구분야에서는 일본이 앞서 있고 일본에서는 전통기술에 대한
연구와 문화재제도가 완비되어 있어 중국도 일본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기를 기대한다.

중국은 현재 중국안에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소수민족의 과학기술사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소수민족의 과학기술작품 가운데 현대 중국어로 번역된 것들로는 장족의
천문학서및 의학서, 몽고족의 천문학책 두가지등모두 7개 소수민족의 12개
작품의 번역이 끝나있다.

또한 소수민족 과학기술사 총서도 현재 준비중인데 모두 11권에 부록
2권으로 올해중 6권이 나오기로 되어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세차례의 국내회의와 세차례의국제회의를
개최했었다.

"중국소수민족과학기술사연구"는 이미 7권까지 나와있다.

지난 6월24일부터 26일까지 중국 국가과학위원회및 중국과학원
공동으로"향산과학회의"를 열었었다.

이번 58차 회의의 주제는 "중국전통과학과 현대과학발전"이었는데 이를
두고 열띤 토론의 결과 우리는 동방의 전통문화가네가지로 현대과학발전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첫째 현대 서양과학이 당면하고 있는 17세기의 기계론적이고 단일선형
발전사상을 극복하는데 이바지할수 있고 둘째는 자연과 인간은 하나
(천인합일)라는 전통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함으로써 환경문제
개발에 대한 고뇌등에 싸여있는 현대인에게 지속적인 발전의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줄것이란 결론이었다.

세째는 전통과학의 사료에는 현대과학기술에도 유용한 많은 자료가
기록되어 있으며 네째는 전통과학기술은 현대과학기술의 발전에
여러분야에서 영감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등의 결론이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일찌기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는 세계의 평화로운 통일은 지리적 문화적 축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인데 그 길은 미국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라 바로
동아시아에 있다고 본다.

중국인들은 다른 동아시아 민족과 협조해 이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와같은 소위 "토인비의 예언"이 맞아떨어질지는 아직 알수 없다.

그러나우리들 동아시아 과학사연구자들은 우리의 노력을 통해 21세기
동아시아가 과학기술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만들어가는데 기여할수
있으며 또 그럴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