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충분히 풀리고 있는데도 시장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기업자금수요와 불안심리가 계속되고 있는 외에 일부 금융기관들의
재테크에서도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27일 은행들에게 9,315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29일에도 은행들로부터 국채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2,000억원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또 은행지준사정이 넉넉치 않을 경우엔 즉각적으로 환매채(RP) 매입을
통해 은행들에 자금을 공급할 방침이다.

김원태 한은자금담당이사는 "추석때까지는 자금을 충분히 공급, 은행지준
사정을 넉넉히 유지하고 가능하면 시장금리의 하향안정을 유도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지준은 지난27일현재 1조원의 잉여상태(적수기준)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은행자금사정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루짜리 콜금리
는 여전히 연17%대를 유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은 기업어음(CP) 발행이 증가하는 등 기업자금수요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다 통화긴축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최근엔 일부 은행들과 종금사들의 고금리에 편승한 재테크까지
가세, 단기금리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일부 은행들은 지난 27일 한은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낙찰금리
연15.75%)중 일부를 연17.0%짜리 콜로 운용, 금리차액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종금사들은 연16%대의 기업어음(CP)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를
불문하고 콜자금을 끌어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이외에도 한은은 자금지원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은은 현재 높은 금리를 적어내는 은행부터 순차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경쟁입찰방식(컨벤셔널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높은 금리로 응찰하는 일부 은행이 대부분의 지원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7일의 경우에도 신한 한미 동화 경기 광주등 16개 은행만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조흥 상업 등 6대시중은행은 한푼도 낙찰받지 못했다.

이런 영향으로 은행지준(적수기준)은 총1조여원의 잉여상태를 보이고
있는데도 6대시중은행은 오히려 2조6,300억원의 부족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은지원금리가 연15%대에 결정되고 있는데다 자금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일부 은행에 편중되고 있어 일부은행들의 재테크현상이
나타나는 한편 콜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