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대9"대 "16대9"

가정용 텔레비전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화면비율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LG전자가 "와이드TV"에 광고를 집중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와이드TV 광고를 중단하고 대신 기존 TV화면을 옆으로 1인치 늘린 "명품
플러스원" CF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와이드TV란 종전 텔레비전에 비해 화면길이가 좌우로 넓어진 제품을
말한다.

기존 TV의 가로세로 화면비율이 4대3인 것에 비해 와이드TV는 16대9이다.

극장화면처럼 좌우로 넓어 그만큼 보기가 편한데다 정밀한 화면으로
"실감나는 영상"이 가능해 차세대 제품으로 불린다.

문제는 와이드TV 시장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비롯됐다.

7월부터 연간 90억~100억원에 달하는 TV광고물량을 명품 플러스원에 집중
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와이드TV광고가 아직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와이드TV는 위성방송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데 국내에는 방송설비 등
기반시설이 아직 구비되지 않은데다 와이드TV의 가격이 190만원선으로 기존
컬러TV보다 60만원가량 높아 소비자들로부터 가격저항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신 기존화면의 세로는 그대로 둔체 가로길이만 1인치 늘린
명품 플러스원을 내놓고 집중적인 광고공세에 들어갔다.

축구의 골인장면을 이용, "숨어있는 1인치를 찾았다"는게 주제다.

플러스원의 화면비율은 12.8대9이다.

브라운관과 회로기술을 보강한 결과 기존 TV전파에선 못보던 부분도 수신이
가능해져 와이드TV 못지않는 시청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LG전자는 와이드TV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

이회사는 지난 94년 국내 최초로 와이드TV광고를 내보낸 이후 올해들어서도
롤러코스터편 패러글라이딩편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실감나는 영상"을
강조하고 있다.

와이드TV가 아직까지 전체 텔레비전시장의 10%에도 못미치지만 차세대제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남산업 필립스 등 다른 가전업체들은 와이드TV 광고전에 참여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