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들의 반쪽 침묵시대.

증권가에선 주가가 고평가 됐다거나 매도가 바람직하다는 분석자료를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올상반기중 상장사들의 영업실적이 큰폭으로 악화되고 2.4분기
경제성장률도 6%대로 떨어졌다는데도 온통 유망종목분석뿐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미국 메릴린치사의 반도체관련 보고서나 일본 다이와측의 유화주
분석자료가 가감없이 발표되는 마당에 말이다.

해당 상장사의 반발과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초 동서증권은 엔케이텔레콤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자료를 내놓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엔케이측의 우리사주 조합원들이 성명서를 내고 동서증권 본사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실력행사로 맞섰다.

뿐만 아니다.

지난 3월중순엔 LG증권에서 삼성전자의 적정주가를 6만원대로 추정했다.

이에 질세라 삼성증권은 올해 적정주가가 16만원대라는 반박자료를
내놓았다.

이미 우리시장엔 선물시장이 열려 있고 대주도 가능하다.

진정 주식시장을 사랑하는 분석가라면 유망종목 추천뿐 아니라 매도추천도
서슴없이 할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도 실력행사보다는 IR(기업설명회)이나 공시를 통해 기업내용을
알리는 것이 순리다.

애널리스트들의 객관적인 분석자료를 수용될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용기"있는 애널리스트들의 애정어린 분석과 이를 아낌없이 받아들이는
투자자세가 아쉽다.

< 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