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 지식산업사 사장 >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이어라/ 마음이 주인되어 모든 일 시키나니/
마음속에 악한 일 생각하며는/ 그 말과 행동 또한 그러하리라/ 그 때문에
괴로움은 그를 따르리/ 마치 수레를 따르는 수레바퀴 자국처럼"

위 싯귀는 법구경(전26장)의 제1장 쌍서품 첫 게송이다.

20년 가까운 세월 저편의 어느 음산한 겨울아침나절 내 방으로
대구에 사는 친구 정박사가 찾아왔다.

내 몰골을 살피던 그는 갑작스레 "자네 얼굴에 살기가 있구만"하는
것이었다.

그랬다.

사실 그 무렵의 필자는 허욕과 우매, 그리고 흥분으로 인해 자칫
살인이라도 저지를 지경이었다.

거울을 보니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그는 들고 있던 누런 서류봉투속에서 때묻은 책자 하나를 건네면서
"마음이 괴로울 때는 이 책을 펴보라"고 자못 명령하는 것이 아닌가.

그 책이 바로 "법구경"이었다.

법구경은 원시불교사상을 400여수의 노래말, 즉 시로 압축해 놓은
것이다.

석가모니의 사상이 잘 요약된 이 경전은 부처가 열반한지 400여년이
지난뒤인 기원전 1세기쯤에 파리어로 결집된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에서 한어로 번역한 것이 유포되었고, 현재 우리말
번역본이 여러 종 나와 있다.

쌍서품 둘째 노래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이러라/ 마음이 주인되어 모든 일 시키나니/
마음속에 착한 일 생각하며는/ 그 말과 행동 또한 그러하리라/ 그 때문에
즐거움이 그를 따르리/ 마치 형체를 따르는 그림자처럼".

그리고 어지럽기만한 지금의 세상사를 볼 때면 법구경 제5장 우암품을
되뇌이게 된다.

"어리석은 자는 평생을 다하도록/ 어진이를 가까이해도/ 참다운 법을
알지 못하나니/ 숟가락이 국맛을 모르는 것처럼/ 지혜로운 이는 잠시라도
/ 어진 이를 가까이 섬기면 참다운 법을 바로 아나니/ 혀가 국맛을 아는
것처럼".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