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종위기로까지 치달았던 조계종단과 선학원간의 갈등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과 고정일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은 최근
공동발표문을 통해 "조계종과 선학원은 한 뿌리임을 확인하며 그동안의
갈등과 불편한 관계를 종식한다"고 밝히고 선학원 임원들이 조계종에
제출했던 제적원의 철회와 조계종이 선학원에 취했던 규제조치의 해제를
공표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조계종은 종단이 시행하는 행자교육에 선학원 소속
승려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선학원은 내부규정에 "재단의 임원은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양측은 9월중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기구를 설치해
실무적인 내용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계종과 선학원의 마찰은 조계종단이 선학원 정관에 "대한불교조계종"의
명칭과 "대한불교조계종 종지를 봉대한다"는 목적을 삽입할 것을
요구하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갈등이 증폭돼왔다.

조계종으로서는 사찰분담금을 내지 않는 등 행정.재정적인 독자노선을
걷고있는 선학원이 불만스러웠고, 선학원측은 조계종의 이같은 요구가
재단을 완전 흡수하려는 저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져왔던 것.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발표문은 서로간의 실체를 인정하는 가운데
화합과 관계 재정립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선학원은 한일합방후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선불교를 되살리기 위해
만공 용성 도봉스님 등이 1920년 설립한 불교단체로 60년대초 통합종단으로
출범한 조계종의 뿌리격이다.

서울 안국동의 중앙선원을 비롯해 서울 칠보사, 부산 해운정사, 대전
복전암, 대구 서봉사 등 전국에 530여개의 분원을 갖고 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