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에버랜드 모터파크.

우리나라에는 단 하나밖에 없는 온로드경주를 위한 서키트다.

이곳에서는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가 곧잘 연출된다.

소음기를 떼낸 차에서 나는 폭발적인 굉음.

쏜살같이 눈앞을 지나가 버리는 레이싱카.

갑자기 쿵소리가 나며 나뒹구는 자동차들.

이 모든 장면을 놓치지 않으면서 손에 땀을 쥐고 환호하다 보면 어느새
도시인의 스트레스가 풀린다.

여기서 김주현 선수를 만났다.

165cm의 키에 다부진 모습.

여린듯한 모습이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에선 당당함이 엿보인다.

오는 9월달에 열리는 경주를 위해 출전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가끔
팀동료들과 포켓볼당구장을 찾는 발랄한 성격이다.

"답답할 때는 강원도 미시령까지 드라이브를 하죠.

기분전환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굴곡이 많은 도로가 핸들링을 연습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거든요.

뭐든지 잘 먹지만 날 것은 입에도 대지 못한다고.

그래서 가끔 팀동료들과 회식을 할때 핀잔을 받기도 한단다.

집이 있는 서울 은평구에서 자가용 아반떼를 몰고 용인오토숍까지 출퇴근
하지만 일반도로에서는 무리한 과속을 하지 않는 모범운전자다.

최고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 결혼은 생각하지 않겠다는 여성레이서.

그래도 자신과 자신의 차를 함께 사랑해줄수 있는 사람이면 오케이라고.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