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등 관악합주가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저 좋아하고 즐기면 된다고 믿는 사람들.

전문음악인이 아닌 이들이 순수와 열정만으로 관악합주단인 서울 윈드
젤로소 앙상블(단장 김상걸.38.변호사.트럼펫)을 이뤘다.

아마추어인 만큼 구성원은 다양하다.

중학교 1학년생에서 60대 할아버지까지.

변호사 대학생 직장인 주부 제약업체경영인 등 직업도 골고루다.

처음에는 대학시절 관악합주동아리에서 취미삼아 음악하던 이들이
사회에서도 함께하자고 해서 시작됐다.

상업성을 노린 프로음악단도 아니고 특정기업의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도
않았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때문에 "열정적으로"라는 뜻의 악상기호 젤로소(zeloso)를 이름으로
내걸었다.

40~50대 직장인들도 찾아왔다.

지금 단원 80여명 가운데 대학생은 35%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20대후반 30대 초반의 직장 샐러리맨들.

직장인들이 많아 연습은 일요일 오후4시부터 4시간가량 하는게 전부다.

모든 연주회는 토요일오후나 일요일에만 열게 된다.

그러나 활동은 전문음악단체 못지 않다.

몇차례의 정기연주회 이외에도 이들은 교도소 탄광지역 서울랜드
야외분수대 등 청중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가 연주한다.

공연중에는 사회자가 나서 연주음악에 대해 소개하고 드라이아이스나
조명을 이용해 무대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클래식의 딱딱한 분위기를 없애고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연주회로 돈을 버는게 아니다.

오히려 회비를 내면서 연주한다.

각자의 직장생활과 별개로 시간과 정력, 마음과 돈을 들여야 한다.

지방공연이라도 하려면 주말을 몽땅 바칠뿐더러 토요일 오전에 직장을
나서야 한다.

이런 개인적 부담도 아랑곳않고 연주에 온정성을 쏟는다.

왜 일까.

"재미만은 아닙니다.

음악에는 뭔가 끌어당기는 힘이 있죠.

교도소 재소자 등 청중들의 박수를 받으면 진한 감동과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김주원.29.LG화학 건축사업부.클라리넷)

"틀에 박힌 학교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열정을 느낄수 있어요.

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기쁘죠"
(이상아.23.성신여대4학년.플루트)

"젊어지는 느낌입니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지요.

생활도 건전해지고...

삶의 활력소가 이런것 아닐까요" (신성길.40.도서출판 진흥 대표.트럼펫)

"악기를 다룰줄 아는 사람들은 많은데 적당한 마당이 없어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어요.

얼마전에 참여했는데 몸은 본업에 매여있지만 마음은 젤로소에 가 있어요"
(김성혜.26.학원강사.플루트)

악단 대표인 김상걸변호사는 이를 "아마추어문화운동"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클래식음악이 일부러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야 유명악단에
"다가갈수" 있는 엘리트 음악이었다면 젤로소는 일반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다가오는" 음악으로 느끼게 했다는 자평이다.

초등학생부터 노인이 모여 연주를 갖는 유럽지역 시골마을 밴드처럼
생활속에서 즐기자는 것.

때문에 젤로소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두고 찾아오거나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젊은 문화마당이다.

521~7170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