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해를 맞아 90년대 한국문학을 중간 결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동안 우리문학이 건져올린 성과물을 점검하고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예견함으로써 21세기 한국문학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학의해기념 기획시리즈 "1990~1995 탈냉전시대의 문학" (전3권
고려원 간)과 "90년대 대표작가 문제작선집" (전5권 중앙일보 간)이
잇따라 나온 것.

"1990~1995 탈쟁전시대의 문학"은 90년대 전반기에 선보인 시와 소설중
대표작을 묶은 것으로 이 시기 우리문학의 흐름과 특징을 한눈에 읽게
한다.

2권으로 된 소설선집은 평론가 44명이 추천한 작가 21명의 작품을
담고 있다.

기획위원은 문학평론가 조남현 (서울대) 이동하 (서울시립대) 우찬제
(건양대)교수.

수록된 작가들은 이문구 오정희 박완서씨등 중진부터 신예 배수아씨까지
다양하다.

1권에는 이문구의 "장동리 싸리나무" 김원일의 "마음의 감옥" 윤후명의
"여우 사냥" 오정희의 "구부러진 길 저쪽" 박완서의 "환각의 나비"
송기원의 "늙은 창녀의 노래" 현기영의 "쇠와 살" 이윤기의 "나비넥타이"
이인성의 "마지막 연애의 상상" 등 9편의 소설이 실렸다.

2권의 수록작은 정찬의 "섬" 김영현의 "고도를 기다리며" 신경숙의
"새야 새야" 구효서의 "카프카를 읽는 밤" 박상우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방현석의 "또하나의 선택" 윤대녕의 "불귀" 김소진의
"개흘레꾼" 공선옥의 "흰 달" 배수아의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등
12편.

시인 이승훈 (한양대) 오세영 (서울대) 최동호 (고려대) 교수가 엮은
시선집은 80년 이후 등단한 시인 60명의 시 180편을 묶은 것.

기획위원들은 이들의 작품을 "자연을 노래한 시" (고재종 정끝별),
"사회문제를 다룬 시" (박노해 고운기), "일상생활에 관한 시" (최영미
이승하 고영조 박라연 이선영 복효근 김기택 오선홍 나희덕 유용주),
"도시문명에 대한 시" (하재봉 장정일 박용하)로 유형화했다.

"90년대 대표작가 문제작 선집"에는 구효서 이순원 박상우 하창수
윤대녕씨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인 다섯작가의 문학적 성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90년대 우리 문학의 뚜렷한 경향을 보여주는 이들의 작품은 탈이념화,
다원주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젊은 작가들의 개성을 잘 드러낸다.

편집진은 이들이 80년대후반에 등단해 90년대를 치열한 정신으로
횡단해왔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문학환경이 영상중심으로 바뀐데
따라 비디오와 음악적 요소를 문학에 적극 도입한 작가들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들은 4.19이후에 등단한 이청준 황동규 윤흥길씨 등 제3세대
작가군과 구별되는 4세대 작가로 불리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