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왕산악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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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이미 신석기시대에 악기가 있었다면 믿지 않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두만강 서포항 신석기유적지에서는 뼈로 만든 피리(적)가 발굴돼
지금 북한에 실물로 남아 있다.
또 중국의 옛 기록을 보면 변한과 진한에는 오늘날의 거문고와 비슷한
것으로 여겨지는 "슬"이라는 현악기도 있었다.
고구려의 경우에는 고분벽화에 그려진 연주장면에서 당시에 사용된
악기를 알수 있다.
벽화에는 횡취, 장소, 피리 등의 관악기와 거문고, 오현비파, 완함 등의
현악기가 보인다.
고구려에 중국의 악기인 장소나 완함, 서역의 악기인 횡취 오현비파
피리 등이 수용돼 쓰였던 것을 보면 고구려의 음악수준도 상당한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구려의 음악이 "고려기"라 하여 수와 당의 조정에서 연주되던
"칠부기"에 들어 있었다는 기록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사료다.
악공 악사 악기를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백제의 음악도
고구려에 못지 않게 발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라에도 진흥왕 때 우륵에 의해 가야금이 전해져 신라음악을 대표하게
된다.
한국악기 중에서 가장 넓은 3옥타브에 이르는 음역을 가지고 있어
"백악지장"으로 불리는 거문고는 고구려의 왕산악이 진의 칠현금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삼국사기"에 소략하게 전한다.
그는 고구려의 수상 다음 지위에 있었던 고위관리였는데 자기가 새로
만든 악기로 100여곡을 지어 연주했더니 검은 학이 날아와 덩실덩실 춤을
추었기 (현학래무)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새악기를 "현학금"이라고 불렀고
뒤에는 "현금"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거문고의 명인 왕산악의 맥은 끊기지 않고 신라로 이어져 훗날 옥보고
같은 거문고의 대가를 낳는다.
거문고가 만들어진 시기에 대해서는 이설이 분분하지만 357년에 축조된
고구려의 안악3호분과 통구 무용총 벽화에 그려진 거문고의 연주모습으로
미루어 4세기 무렵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 통설이다.
9월은 "왕산악의 달"이다.
느리고 둔탁한 듯하면서도 소박하며 유현한 소리를 지닌 거문고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 악기다.
수해, 폭력시위, 역사바로세우기 선고공판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를
무더위와 함께 실어 보내고 모두 여섯줄 거문고 가락속에 차분함을 되찾는
가을을 맞았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두만강 서포항 신석기유적지에서는 뼈로 만든 피리(적)가 발굴돼
지금 북한에 실물로 남아 있다.
또 중국의 옛 기록을 보면 변한과 진한에는 오늘날의 거문고와 비슷한
것으로 여겨지는 "슬"이라는 현악기도 있었다.
고구려의 경우에는 고분벽화에 그려진 연주장면에서 당시에 사용된
악기를 알수 있다.
벽화에는 횡취, 장소, 피리 등의 관악기와 거문고, 오현비파, 완함 등의
현악기가 보인다.
고구려에 중국의 악기인 장소나 완함, 서역의 악기인 횡취 오현비파
피리 등이 수용돼 쓰였던 것을 보면 고구려의 음악수준도 상당한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구려의 음악이 "고려기"라 하여 수와 당의 조정에서 연주되던
"칠부기"에 들어 있었다는 기록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사료다.
악공 악사 악기를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백제의 음악도
고구려에 못지 않게 발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라에도 진흥왕 때 우륵에 의해 가야금이 전해져 신라음악을 대표하게
된다.
한국악기 중에서 가장 넓은 3옥타브에 이르는 음역을 가지고 있어
"백악지장"으로 불리는 거문고는 고구려의 왕산악이 진의 칠현금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삼국사기"에 소략하게 전한다.
그는 고구려의 수상 다음 지위에 있었던 고위관리였는데 자기가 새로
만든 악기로 100여곡을 지어 연주했더니 검은 학이 날아와 덩실덩실 춤을
추었기 (현학래무)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새악기를 "현학금"이라고 불렀고
뒤에는 "현금"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거문고의 명인 왕산악의 맥은 끊기지 않고 신라로 이어져 훗날 옥보고
같은 거문고의 대가를 낳는다.
거문고가 만들어진 시기에 대해서는 이설이 분분하지만 357년에 축조된
고구려의 안악3호분과 통구 무용총 벽화에 그려진 거문고의 연주모습으로
미루어 4세기 무렵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 통설이다.
9월은 "왕산악의 달"이다.
느리고 둔탁한 듯하면서도 소박하며 유현한 소리를 지닌 거문고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 악기다.
수해, 폭력시위, 역사바로세우기 선고공판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를
무더위와 함께 실어 보내고 모두 여섯줄 거문고 가락속에 차분함을 되찾는
가을을 맞았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