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A직물.작년초까지만 해도 90%이상 공장을 돌리던
이 회사는 올들어 70% 밑으로 가동률을 낮췄다.

중국특수가 사라져 수출이 급격히 둔화된데다 내수판매도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가동률을 낮췄지만 재고는 지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추석상여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있을지 걱정"이라며 이 회사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직물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구.경북지역 직물업체들만 6억야드의 재고를 안고있는 실정이며
그중 절반은 언제 나갈지 알수 없는 악성재고"라고 견직물협회의
장해준상무는 말했다.

"고정거래선을 잃을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공장을 돌리는 것이지 값은
형편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직물가격은 현재 작년에 비해 품목별로 약 8~17%가량 하락했다.

형편이 나았던 화섬업계도 올해는 수요처인 직물의 수출침체에 영향받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화섬원사 재고량은 8만4천1백5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재고량의 약 2배나 증가했다.

이같이 재고가 쌓이는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화섬업체의 과다한
신.증설로 인해 공급과잉이 야기됐기 때문이다.

장치산업인 산업의 특성상 쉽사리 가동률을 줄일 수 없다는 점에서
화섬업체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5월이후 재고량이 차츰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적정재고량보다
많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불황은 면방과 봉제에만 한정된 얘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께 중국특수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화섬과 직물업체도
불황의 늪에 빠져 버린 것이다.

홍콩과 중국은 섬유수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가 긴축정책을 편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중국수요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금액으로 따져 12.1%의 증가세를 보였던 중국수출이 올상반기는
3.2% 감소세로 돌아섰다.

면방업계의 불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재고량은 적정재고량인 3만야드(20일분)를 훨씬 넘는 4만3천야드를
기록하고 있다(방직협회추정).

불황의 그림자는 원사 직물 면방과 "따로 놀며" 최근 몇년간 호황을
누렸던 의류업계에도 드리워지고 있다.

신원 관계자는 "병행수입제 이후 수입의류가 급증하는등 공급요인
증가로 의류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계 관계자들은 더구나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계절마다
새 옷을 사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세일에 이은 재세일 3차세일까지 별 방법을 다 써보고 있지만 그것도
할인매장의 등장으로 약효가 없어졌다.

섬유업계는 올해가 끝날 때 까지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다간 올해는 화섬업체 가운데서도 부도업체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업계가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중국특수의 재개다.

직물수출조합 박광욱상무는 "7월들어 중국내 재고소진으로 직물수출이
소폭 늘어나는등 중국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환율이 현재와 같은 고환율을 유지해주면 하반기들어 수출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손상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