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13)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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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는 흔적도 없고 가는 흔적도 없어라 청경봉 아래 소나무 한
굴 그 구슬 찾으려거든 첩첩산중을 지나 나의 문으로 들어오라 그 구슬
만나 웃음 가득하리 여기까지 글을 쓰더니 붓이 멈춰섰다.
영국부 부인들이 글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경봉 아래 소나무 한 그루라? 청경봉이 어디에 있는 산일까?"
"나의 문으로 들어오라니? 도대체 누구의 문으로 들어오라는 건가?"
부인들이 글을 해석해달라고 묘옥에게 부탁하였으나, 묘옥은 자기로서는
신선으로부터 글을 받아내는 것까지만 할수 있지 글을 해석하는 것은 할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글을 해석해주면 무슨 재앙이라도 만날 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이 글은 아무나 해석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 글을 구슬 주인에게 가지고 가면 혹시 신선의 도움을 받아 해석을
할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이 글이나 틀리지 않게 잘 베껴서 가지고 가세요" 할수없이
부인들이 그 글만 베껴서 영국부로 돌아왔다.
왕부인이 그 글을 보옥에게 보여주며 보옥이 어떻게 해석을 하나
지켜보았다.
하지만 보옥은 히죽히죽 웃기만 하며 여전히 헛소리만 늘어놓았다.
"나의 문으로 들어오라. 나의 문으로 들어오라. 히히, 여자가 남자를
불러들이는 것 같은데. 에이,화냥년 같으니라구.
구슬아, 구슬아 어디있니이이?"
보옥이 글을 더 이상 보려고도 하지 않고 한발로 폴짝폴짝 뛰며
저쪽으로 가버렸다.
왕부인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기가 차서 멍하니 보옥의 뒷보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왕부인과 습인의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글썽거렸다.
습인은 그 글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하여 문근처에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무조건 파헤쳐 구슬이 없나 찾아보았다.
어찌나 열심히 찾았는지 습인은 꿈속에서도 소나무 밑을 파헤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루는 소나무 밑에서 뱀들이 엉켜서 똬리를 틀고 있는
무시무시한 꿈을 꾸기도 하였다.
소나무들도 하늘로 머리를 치켜든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지 않으나.
"아악"
습인이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휴, 한숨을 쉬었다.
구슬을 빨리 못 찾으면 아무래도 보옥 도련님과 집안에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습인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지기만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
굴 그 구슬 찾으려거든 첩첩산중을 지나 나의 문으로 들어오라 그 구슬
만나 웃음 가득하리 여기까지 글을 쓰더니 붓이 멈춰섰다.
영국부 부인들이 글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경봉 아래 소나무 한 그루라? 청경봉이 어디에 있는 산일까?"
"나의 문으로 들어오라니? 도대체 누구의 문으로 들어오라는 건가?"
부인들이 글을 해석해달라고 묘옥에게 부탁하였으나, 묘옥은 자기로서는
신선으로부터 글을 받아내는 것까지만 할수 있지 글을 해석하는 것은 할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글을 해석해주면 무슨 재앙이라도 만날 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이 글은 아무나 해석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 글을 구슬 주인에게 가지고 가면 혹시 신선의 도움을 받아 해석을
할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이 글이나 틀리지 않게 잘 베껴서 가지고 가세요" 할수없이
부인들이 그 글만 베껴서 영국부로 돌아왔다.
왕부인이 그 글을 보옥에게 보여주며 보옥이 어떻게 해석을 하나
지켜보았다.
하지만 보옥은 히죽히죽 웃기만 하며 여전히 헛소리만 늘어놓았다.
"나의 문으로 들어오라. 나의 문으로 들어오라. 히히, 여자가 남자를
불러들이는 것 같은데. 에이,화냥년 같으니라구.
구슬아, 구슬아 어디있니이이?"
보옥이 글을 더 이상 보려고도 하지 않고 한발로 폴짝폴짝 뛰며
저쪽으로 가버렸다.
왕부인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기가 차서 멍하니 보옥의 뒷보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왕부인과 습인의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글썽거렸다.
습인은 그 글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하여 문근처에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무조건 파헤쳐 구슬이 없나 찾아보았다.
어찌나 열심히 찾았는지 습인은 꿈속에서도 소나무 밑을 파헤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루는 소나무 밑에서 뱀들이 엉켜서 똬리를 틀고 있는
무시무시한 꿈을 꾸기도 하였다.
소나무들도 하늘로 머리를 치켜든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지 않으나.
"아악"
습인이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휴, 한숨을 쉬었다.
구슬을 빨리 못 찾으면 아무래도 보옥 도련님과 집안에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습인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지기만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