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프랑스 르노사의 제휴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해외진출
전략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해외에 진출할 때 1백% 전액 출자하거나
아니면 현지업체만을 합작 파트너로 삼아 공장을 건설했다.

이번 처럼 제3자인 선진국 업체를 끌어들인 경우는 없었다.

현대자동차의 말레이시아 상용차 공장도 처음에 단독 합작방식으로
추진됐었다.

실제로 현대는 말레이시아 정부및 현지기업들과 3대7의 비율로 합작,
연산 1만대 규모의 상용차 공장을 건설키로 하고 지난 93년 11월 계약까지
체결했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단독 합작사업이 3년여동안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않는등 지지부진한데다 투자비 부담이 적지않아 르노를
끌어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적은 규모의 공장이라 하더라도 전기 용수등의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하기 때문에 그로인한 투자리스크를 덜기위해
제3자를 끌어들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그점에서는 르노도 마찬가지다.

말레이시아에 중형버스 공장을 건설키위해 현지업체와 손잡는 방안
등을 모색했으나 투자비 부담이 만만치않아 주저하고있었다는 것.

현대와 르노중 어느쪽이 합작을 먼저 제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만큼 두회사간 협상은 시작되자마자 결론이
내려졌다.

공장의 규모를 연산 2만대로 늘리고 현대가 갖기로한 지분의 절반을
르노에게 줘 15%씩의 지분을 나눠갖기로 한 것이다.

양사 모두 빠른 시일내 현지공장을 돌려 부품을 수출하고 현지시장의
점유율을 높힌다는데 촛점을 맞추고있어 경영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에서는 현대와 르노가 모든 시설을 공동 사용하면서
양사의 독자모델을 따로 생산한다.

현대는 1.5t 트럭, 르노는 중형버스다.

양사는 이번 합작으로 투자규모를 절반정도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도 줄였다.

파트너인 말레이시아 정부나 현지기업들도 피해보는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연간 생산물량이 1만대에서 르노 것을 합쳐 2만대로 늘어나게돼
조립공장 자체의 경영이 훨씬 유리해졌다.

현대자동차는 앞으로도 현지진출이 불가피하지만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곳에는 이같은 전략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 따라서는 경쟁자와도 손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와 르노의 이번 합작은 다른 자동차업체들의 해외진출 전략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