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들의 "부주의로 인한 실타 또는 실격"이 너무 흔하다.

지난주 열린 필립모리스골프대회와 휠라여자오픈에서는 국내 정상급
프로들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우승까지 바라볼수 있는 위치를
상실했다.

먼저 필립모리스대회 사례.

최종일 지브 밀카 싱과 김종덕이 우승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김이 먼저 2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선두에 나서는가 했더니 싱도
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두 선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문제는 7번홀 (파5)에서 터졌다.

3온을 시킨 김은 약 2.5m거리에서 친 첫번째 퍼팅이 아슬아슬하게
컵에 걸리고 말았다.

동반플레이어인 강욱순은 "볼이 컵에 약 1~2cm 못미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깝게 버디는 놓쳤지만 누가 봐도 파는 잡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은 백핸드로 친 그 두번째 퍼팅을 그만 헛스윙하고 말았다.

"명백히 칠 의사를 가지고 스트로크한 것"이므로 그 헛스윙도 1타로
산정되었음은 물론이다.

싱은 그 기회를 놓칠세라 8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김에게 "전홀에서
몇타 쳤느냐"고 확인사살을 했다.

김은 3퍼트 보기를 순순히 인정했다.

이후는 뻔한 상황.

싱이 훨훨 날아 우승까지 안은반면, 김은 제페이스를 잃고 말았다.

두번째 사례는 휠라여자오픈 1라운드.

주인공은 시즌 2승을 거둔 박현순.

박은 1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도 마커가 스코어카드에 파로 적은 것을
간과한채 제출했다.

스코어를 실제타수보다 적게 적으면 실격이지만, 이 경우는 많게
적었기 때문에 그대로 (파)로 인정되고 말았다.

1라운드 결과 챔피언 박세리가 2언더파, 박현순이 1언더파로 실수가
없었으면 공동선두였던 셈.

필립모리스대회에서도 박현순과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중견 김완태가 1라운드 9번홀 (파4)에서 버디를 잡고도 스코어카드에
2타로 적힌 것을 서명, 제출한 것이다.

물론 김은 2라운드직전 실격당하고 말았다.

프로도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사소한 부주의로 우승을 놓치는 프로는 진정한 프로라고 할수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