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 원장 >

새로운 경제 조타수들에 의한 고심에 찬 경제 현안 대책이 나왔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 내용을 보면 오늘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굳은
의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정부의 실천 의지가 구체화된 점이다.

그동안은 경기 판단에 대한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했으나 이번에는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위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새경제팀은 그동안 현장 확인을 통해 경제 실태를 피부로
알아보고 민간 부문의 많은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는
정성을 보였다.

향후 경제를 운영하는 제일의 기본 정책 방향을 경제의 효율성 제고에
두고 있는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이다.

자원 배분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 기능을 보다
활성화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있는 것이다.

두번째로 정부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정부부터 절약과 생산성 향상에
힘쓸 것이라는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공무원의 임금 억제 등을 통해 내년 재정 규모를 최대한 축소한다거나
정부 사업 분야를 민간에 이양하고 재정 사업에 성과 관리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부의 생산성 제고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의 경제 문제 해결에 급급해하지
않고 문제를 근본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려는 점에서 이것은 정도의 정책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따져보면 두 가지 원인에서 연유한다.

하나는 그동안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배태된 구조적 문제점들이 동시다발적
으로 한꺼번에 표출되는 데서 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화 과정에서
각계 각층이 자기 몫을 지나치게 주장하는 데서 발생한 고비용 저효율
체제에 기인한다.

이러한 경제 난국의 특징과 원인을 감안할 때 지금의 경제 문제를 구조적
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자세는 당연하고 올바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 대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문제 의식과 대책이 미흡한 점이다.

물론 단기간 내에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환율 대책과
같은 한계적 수단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일수 있다.

하지만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보다 경상수지 적자 대책을 우선해야 한다.

금년 들어서 경상수지 적자는 예상을 초월하는 사상 최대수준을 갱신해
나가고 있고 이의 해소 전망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고 내년 경기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의 경기 국면은 수출 증대를 통한 경기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리와 임금 하락을 통한 수출 경쟁력 제고방안은 궁극적으로 물가
안정책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상수지 적자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할 이유는 국제수지
구조가 악성화되고 있는 데 있다.

무역수지보다도 여행수지와 같은 무역외수지 적자 확대폭이 커지고 있으며,
수입 구조도 자본재보다는 소비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 따라 외국인 직접투자와 같은 장기적
이고 생산적 자금이기보다는 외화 증권 발행과 같은 단기성 핫머니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외환 보유고의 활용을 통해 급격한 환율 절하를
억제하고 있어 외환 보유고마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물가 안정을 위해 경상수지 적자 해소를 게을리한 결과,
단기 외채 누적과 외환 보유고 감소로 급기야 금융 위기를 겪은 중남미
국가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경제의 기본 원리에 충실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따라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우리 경제의 근본 대책을 찾아 이를
추진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국 지금은 미시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수단을 강구하여 이를 일관성있게
실천하려는 의지가 중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내 균형과 성장 잠재력 향상을 위한 저축률 제고
방안을 보다 획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특히 최근의 과소비 현상은 금융 실명제를 실시할 당시 이의 보완대책
으로서 저축 유인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데도 원인이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우리 경제의 높은 투자 수요를 국내 자원으로 충당할수
있는 저축 증대책이 중시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버블적 성격을 띤 고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 욕구도 사라져야 한다.

기업의 투자 분위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행정 규제와 진입 장벽 완화가
구호에 그쳐서는 안되고 이번에는 정발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과 사회 생산성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소비가 늘고 근로 의욕이 감퇴하는 것과 같은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
저하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21세기 질서에 적응할 수 있는 경제 윤리가
정립되지 못한 데 연유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제도개선과 함께 새로운 세기에 맞는 가치관과 의식 개혁 운동이 함께
전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 문제는 정부 노력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이제는 정부 정책을 무조건 비판하기 보다는 정확한 현실 인식하에서
건설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