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곧장 책상서랍에서 종이를 한장 꺼내 이렇게
적어보라.

"서류번호 96-1. 한일시스템의 박찬호대리는 사업을 하기로 결정함.
창업업종 소프트웨어개발. 사업개시예정일 11월1일. 이를 꼭 실천하겠음.
1996년. 예비사장 박찬호. 날인"

이 서류를 프린터로 빼내 서류철에 보관해 보자.

서류란 참 묘한 힘을 발휘한다.

결정한 사항을 함부로 바꿀 수 없게 만든다.

꺼내볼 때마다 실천하도록 촉구한다.

사장이 되면 서류가 얼마나 기막힌 힘을 가진 것인지 더욱 실감하게 된다.

사원관리엔 서류가 상책이다.

서류없이 "김대리가 전에 그렇게 말했잖아"라는 식으로 윽박질러서는
의사전달이 비뚤어진다.

그러나 당초 결재를 해준 서류를 앞에 놓고 "실적이 미달됐다"고 독려하면
사원들의 태도가 금방 바뀐다.

자료점검및 서류관리에 치밀하다고 "꽁생원"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도 자료만 보면 판단할 수 있어 너그러운
사장이 된다.

컴퓨터에 내장된 자료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금상첨화다.

자료분석력이 강해야 리더십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요즘의 실상이다.

서류는 거래처관리에도 필수다.

거래처명단을 작성하고 담당자 전화번호 거래실적 외상비중등을 정리해
두면 매출증대효과를 얻게 된다.

회계장부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더러는 "장부관리란 경리사원이 알아서 할일"이라고 단정한다.

세금이 겁나 장부를 쓰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장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사장치고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계를 모르더라도 장부를 펴보라.

돈이 나갔다.

언제 어디에 썼나.

돈이 들어왔다.

어디서 얼마 받았나.

돈이 실제 얼마나 남아있나.

이 돈이면 이달 결제는 충분한가.

사장이라면 이정도는 장부를 보고 알아야 한다.

창업자가 곧잘 실수를 하는 것이 또 있다.

사장돈과 회사돈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장은 회사돈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확한 기록없이 돈을 꺼내 쓰면 나중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경영분석이 불가능하다.

적자인지 흑자인지 분간이 안간다.

따라서 사장도 입출금시에는 확실히 기록하자.

기업통장과 자기통장을 나누자.

기업신용카드와 개인신용카드를 명확히 구분하자.

창업기업도 사업계획작성을 한 뒤 곧 사규를 만들어야 한다.

초기부터 완벽한 사규를 다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조직구성 급여승진 일용직채용규정 여비지급기준 차량관리 영업관리
문서관리 자재출입 기밀비지급기준등 최소한의 사규는 정립해 놔야 탈이
없다.

사규없는 회사는 법률없는 국가와 마찬가지여서 혼란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요즘 자금조달계획을 서류화하지 않는 업체는 드물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조달자금에 대한 자금상환계획은 서류화해
놓지 않는다.

"아직 사업초기단계인데 상환이 뭐 걱정인가. 우선 영업이나 열심히 하자"
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여기서 상기해 보자.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연령은 4세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거의 영아기에 사망한다.

1년에 1만개이상의 사업자가 부도를 낸다.

왜 그럴까.

바로 판매및 자금계획을 자료화하지 않고 주먹구구로 운영한 탓도 많지
않을까.

이제 창업을 꿈꾼다면 자료화에 익숙해지자.

오늘중 이런 서류를 하나 만들어 보자.

"서류번호 96-1. 나, 김종환은 올해안에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틀림없이 한다. 1996년 9월4일. 예비대표이사 김종환. 날인"

<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