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퇴직한 전문경영인들이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평생 쌓아온
경영노하우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4일 경총고급인력정보센터에 따르면 서울지법 민사합의 50부는 퇴직전문
경영인들로 "법정관리 전문가풀"을 구성키로 하고 이날 경총에 25명의 퇴
직 전문경영인을 추천해 줄 것으로 의뢰했다.

이에 앞서 인천지법 법정관리재판부는 경총고급인력정보센터에 (주)낫소
의 법정관리인 추천을 의뢰,경총이 추천한 고일남전고려무역부사장 (60)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전대길 경총고급인력정보센터소장(이사)은 "경제단체가 추천한 사람이 법
정관리인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전문가풀을 구성해 대기업
그룹 출신의 퇴직전문경영인을 법정관리인으로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 삼성 LG등 10대그룹에 퇴직한 최고경영인들을 고급인력정
보센터에 가입시켜 줄 것으로 공식요청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경제단체가 추천하는 사람이 법정관리인을 맡게 된 것은 지난 7월말 법원
행정처가 "회사정리사건처리요령에 관한 예규"를 개정하면서 경제단체와 공
인회계사회 대한변호사회등의 추천을 받아 법정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이날부터 낫소의 법정관리인업무를 시작한 고일남씨는 "퇴직했던 사
람이 일선에 다시 선만큼 신입사원 못지 않은 각오로 일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고씨는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외무부(사무관) 무공이사 고려무역부사
장 경북통상사장등을 거쳐 지난 5월 퇴직했었다.

<권녕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