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극단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김상열)가 10~26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리는 창작뮤지컬
"님의 침묵"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서울 양재동 구룡사 지하1층.

"내 할곳에 내가 있다. 내 갈곳에 내가 왔다.

막지 말라, 하찮은 중생들이여"

만해 한용운이 전자기타 소리가 요란한 록음악에 맞춰 비장하게 노래
부른다.

언뜻 우스꽝스럽게 여겨지지만 전체 극흐름과 모나지 않게 어우러진다.

뮤지컬 "님의 침묵"은 84년 세실극장에서 초연돼 3개월간 200석의
소극장에서 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작품.

김상열 (극본, 연출) 유승엽 (작곡) 김갑수 (만해역)씨 등 당시 주역들이
12년만에 다시 모여 초연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극은 만해 한용운의 일대기를 서사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수많은 변절자틈에서 끝까지 일제에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지키는
만해의 내면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급변했던 상황이 상징적인 춤과
노래, 절제된 대사로 꾸며진다.

극의 압권은 3.1운동만세 신.

40여명의 극단 신시소속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를 지그재그로 뛰어
다니면서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고 외치며 뿜어내는 춤과 노래의 열기로 70평 남짓한 연습장은
후끈 달아오른다.

불교음악과 전래민요가락부터 격정적인 록음악까지, 전통춤사위에서부터
브레이크댄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무용이 적절히 융합된다.

뮤지컬배우 방주란씨가 1인다역의 소녀역을 맡아 12년만에 만해역을
맡은 김갑수씨와 함께 극을 이끌고 탤런트 최주봉 (고종) 김길호
(이등박문) 김기섭씨 (검사)와 개그맨 이창훈씨 (관리인)가 한장면씩
출연한다.

작가 김상열씨는 "지난 12년간 대형뮤지컬을 제작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연때 공연장이 좁아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조명, 의상 등을
보완하고 안무 집단 동작신을 새로 구성했다"며 "우리의 정서와 몸짓,
가락이 어우러진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의 577-1987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