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충격이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에 세계 경제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지난3일부터 이라크를 목표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직후
유가는 일반의 예상대로 일단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후 처음 열린 시장이었던 3일(미국시간)의 뉴욕상업
거래소에서는 기준유종인 WTI 최근인도물이 배럴당 23.40달러를 기록해 단
하루만에 1.15달러나 치솟았다.

뉴욕시장에 앞서 열리는 싱가포르시장에서도 기준유종인 브렌트 10월
인도분이 배럴당 23.50달러로 마감돼 하루 1.51달러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걸프지역에 전운이 일어날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유조선의 안전항해등이
거론되면서 중동지역의 원유공급이 격감할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돼온 때문
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미사일공격에대해 석유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은 91년
의 쿠웨이트 상황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이달 중순께부터 석유수출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짐에 따라 유가가 일단 단기적으로 오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제시장의 딜러들이 눈여겨 봐온 "수출재개"라는 시장변수가 돌출변수
때문에 시장내부의 심리적 요인으로 유가가 갑자기 춤을 춘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2차공격이후에도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수출금지 해제조치가 예정된
9월중순에서 내년이후로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이같은 연기가 전세계 수급구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는 의견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번 경우는 중동의 원유공급이 총체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과는 거리가 먼 단기적이고도 심리적인 면이 강하다는
점을 중시하면서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라크의 전쟁수행잠재력을 감안할때 전쟁범위가 확산될 확률이
미미한데다 미국쪽도 "최소한의 작전"에 그칠 것이라는 인상을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걸프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국제외환시장의 환율움직임도 점차
미.이라크 사태의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사일공격이 시작된 지난3일직후 열린 도쿄와 뉴욕환시에서는 달러강세
(엔화약세)로 걸프사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으나 하루가 지난
4일의 도쿄증시 상황은 완전히 딴판이다.

걸프사태외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되는 달러강세 요인이 출현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일 달러를 매입했던 딜러들이 차익매물을 방출하면서
달러약세(엔화강세)가 연출돼 달러가치가 전일대비 0.12엔이 하락한
109.21엔의 환율을 기록했다.

환율시장의 흔들림이 미미하자 런던금융가의 국제금리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는등 국제경제에 대한 "크루즈미사일 충격"은 빠른 속도로 경감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